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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은?'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때문에 기사에선 뛰어난 특정 오케스트라를 언급할 땐 최정상급이라고 지칭하게 된다.

필자에게 이 질문을, 아니 가장 좋아하는 교향악단은 어디냐고 묻는다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고 답할 것이다. 안톤 브루크너의 음악을 좋아했던 입장에서 다소 보수적이면서 두터운 현의 사운드로 작품을 주조하는 빈 필하모닉의 음향이 브루크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귄터 반트가 지휘한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이나 베를린 필하모닉, 아사히나 다카시가 지휘한 오사카 필하모닉,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의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의 연주 등도 작품마다 편차는 있을지라도 대단한 브루크너 상을 제시한다.

본래 질문으로 돌아와서, 본인의 취향을 배제하고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많은 이들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꼽을 것이다. 그리고 그 대답을 반박하기는 쉽지 않다.

베를린 필과 빈 필은 단원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하지만 빈 필 단원들은 시즌의 상당 기간을 빈 슈타츠오퍼(국립 오페라단) 오케스트라 소속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단독 공연으로 보면 베를린 필의 연주 횟수를 따라가지 못한다.

10여 년 전 국내 공연기획사 관계자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두 오케스트라의 국내 공연 개런티(Guarantee)를 따졌을 때 베를린 필이 빈 필 보다 2~3배 비싸다는 것이다. 이유가 궁금했다. 1842년 창단한 빈 필은 자신들의 홀인 빈 무지크페라인 잘에 어울리는 소리를 연마해 왔으며, 이곳에서의 연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여타 장소에선 무지크페라인 잘 정도의 성취도를 내지 못한다는 것. 반면, 베를린 필은 세계 어느 공간에 세워도 최상의 성과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클래식 음악계는 베를린 필의 차기 지휘자로 확정된 키릴 페트렌코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그가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해 13일 공연을 한 이후에는 신드롬 수준으로 발전했다. 1882년 창단 이후 뷜로-니키쉬-푸르트벵글러-카라얀-아바도-래틀에 이어 베를린 필을 이끌 페트렌코는 내한 연주회에서 세밀하면서도 완벽주의적 모습을 보여줬다. 20세기 중반 베를린 필의 진지하고 치열했던 음악 전통의 부활을 기대해 본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