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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전쟁불감증이라면 일본은 과민증이다. 북한의 화성12호 탄도미사일이 지난달 29일에 이어 15일 또 일본 상공으로 날아들자 일본의 반응은 거의 발작적이었다. 즉각 대피 경보 사이렌과 함께 모든 TV프로가 중단, 긴급뉴스로 바뀌었고 신문들은 크게 호외를 찍어 거리에 뿌렸다. 그뿐인가. 모든 철도와 지하철도 올 스톱됐다. JR東日本은 7시 1분부터 토호쿠(東北) 조에쓰(上越) 호쿠리쿠(北陸) 야마가타(山形) 아키타(秋田)의 각 신칸센(新幹線)과 칸토(關東) 북부, 토호쿠 재래선 운행을 일제히 10분간 정지시켰고 JR홋카이도(北海道) 신칸센, 삿포로 시영지하철, 토후(東武)철도의 이세사키(伊勢崎)선과 닛코(日光)선, 쓰쿠바 익스프레스, 센다이(仙台)시영 지하철도 일시 중단됐다. 게다가 홋카이도 일대 51개 소(초)중고교도 휴교에 들어갔다. 그쯤이면 전쟁과민증 아닐까.

이번 미사일은 평양 순안(順安) 발사장에서 3천700㎞를 날아 3천400㎞ 괌 거리를 초과했다. 만약 그걸 고각(高角) 발사, 남한을 종단해 부산 앞바다에 떨어졌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그 때도 '설마 전쟁이야…' 불감증일까. 지난달 발사 때 아사히신문이 재일 한국인들에게 물었다. 47세 마트 종업원은 '일본의 소란이 지나치다. 북한이 설마 일본 한국과 전면전이야 벌이겠느냐'고 했고 44세 회사원은 '일본 언론이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ハント(한토)'라는 정보지 발행자 황귀성 씨는 '과민반응도 그렇지만 무경계도 문제'라고 했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지난 14일 '(유엔결의에 앞장서는) 일본열도를 핵병기로 침몰시키겠다'고 위협했고 김정은은 15일 '미국과 힘의 균형을 실현해 그쪽 집권자가 험구를 놀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는 또 '화성12호를 비롯한 ICBM 발사는 더 이상 시험발사가 아니라 발사훈련'이라고 했다. 미국 타격 준비가 끝났다는 소리다. 그런데도 '한국 대통령은 전술핵 재배치도 핵무장도 반대한다더라'고 1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고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 지아칭궈(賈慶國)는 '조선 붕괴 후를 중·미·한이 협의하자'며 이례적 제언을 했다. 문재인 정권의 반응이 어떨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