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800개 이상의 첨단 기업이 입주한 어엿한 국가산업단지로 자리 잡았지만 10여년 전 시화 MTV 사업은 인근 시화·반월공단의 환경오염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개발에 따른 오염 가중을 우려하는 시민 환경단체와 사업시행자의 극한 대립으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태였다.
당시 필자를 비롯한 '시화호 연대회의' 소속 단체들은 시화 MTV 사업 저지활동을 적극 펼치는 한편 정부 측에 공개사과와 환경오염에 대한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고 지역사회와의 대화와 합의를 지속해서 주문한 결과 마침내 탄생하게 된 것이 지역주민과 시민 환경단체, 전문가 및 관련 부처로 구성된 '시화지구 지속가능 발전협의회'였다.
그동안 시화지속협의회는 수백차례에 걸친 토론과 협의 끝에 시화 MTV 사업 예상 개발이익금을 환경개선분야에 선투자, 사업규모 축소, 오염업종 입주 원천 배제, 녹지율 대폭 확충 및 지역주민이 주도하는 사후관리평가단과 입주심사위원회 운영 등 많은 부분에서 나름 큰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하고 싶다.
필자는 현재 시화지구에서 추진 중인 사업 중에서도 오랜 산고 끝에 나온 시화 MTV사업에 특별한 애착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까지 환경개선로드맵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10년 무사고에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는 K-water에도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시화지속협의회의 독특한 합의적 의사결정 방식(만장일치)을 공론화해 보자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의사결정 체계에서 중시하는 속도에 중점을 둘 경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 사회로부터 외면받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빈발할 수 있으므로 빠른 사업 추진을 위해서라도 모두가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초점을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시화지속협의회는 설득하고 설득당하는 관계 속에서 형성된 신뢰를 바탕으로 합의에 도달하게 되는 거버넌스 체계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평가되고 있어 현재 정부에서 공론화를 통해 추진하고자 하는 '사드·탈원전'정책 사례에서 충분히 모델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날의 사회갈등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주장을 기어이 관철시키고야 말겠다는 독선이 아니라 모두가 공감할 최대공약수를 찾아 함께 공존하겠다는 확고한 실천 의지가 아닌가 싶다.
시화지구에 새 바람을 불어넣은 시화지속협의회가 모범사례로 전국에 전파되어 갈등해결에 도움을 주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상호 이해와 신뢰를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서정철 시화지속가능발전협의회 환경개선분과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