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조사후 바로 법원 송치해야
법 위반 반드시 죗값 치른다는것
느낄 수 있도록 반성문 작성 필수
빠른 첫 재판도 좋지만 중요한건
가정환경 등 고려 '신중한 처분'

대개 전치 2주나 3주의 상해라고 하면 어느 정도의 폭행인지 감이 잘 오지 않지만 구타당하는 동영상을 보게 되면 현장감 때문인지 폭행에 대한 감이 생생하다. 이번 부산여중생 폭행사건의 CCTV 동영상이 그러했다. 뉴스를 접한 온 국민은 공분했다. 어떻게 여학생들이 같은 또래를 저토록 무자비하게 때릴 수 있을까. 신발로 차는 것은 물론이고, 의자까지 들어서 내리치다니….
학교폭력 사건을 상담하다보면 위 여중생보다 중한 사례들도 꽤 있다. 치아가 부러지거나 눈 밑 뼈가 함몰되어 실명의 위기가 온 사례도 있다. 또 성폭력이나 따돌림을 당한 경우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하여 그 상해의 후유증이 몇 달, 아니 몇 년을 가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따돌림은 피해학생이 피해를 입증하기도 어렵고, 뻔뻔스런 가해자들의 태도와 증거부족으로 인하여 신고한 후 더 힘들어지는 사례도 많다. 한편 이런 식으로 중상의 결과가 나왔는데도 단지 가해학생이 아직 만14세 미만이라는 이유로 구속도 되지 않고, 처벌받지 않는다면 과연 이 사회를 정의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최근 인터넷을 달구면서 소년법을 폐지하자, 개정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소년법은 19세 미만의 소년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반 형법보다 먼저 적용하는 특별법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 법의 목적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다. 소년일지라도 범죄의 중대성, 피해의 심각성 때문에 엄벌에 처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과 아직 덜 성숙한 소년을 일반 성인 범죄자와 똑같이 처벌하는 것이 옳으냐의 문제는 법철학적 고민이 함께 논의되어야 할 명제다. 소년의 범죄는 단지 그 소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어른과 사회의 책임, 환경적인 영향 등 고려해야할 요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소년법의 목적이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 교화와 교정이 사회와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면 섣부른 폐지는 옳지 않다. 오히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촉법소년의 나이를 만 14세보다 더 낮추는 방안과 현재 제도 내에서 운용의 묘를 발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 범죄의 특징은 보통 집단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죄의식이 덜하다. 재판 전까지는 자신의 잘못을 잘못이라고 여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후 빨라야 4~5개월이 지나서야 첫 재판을 받으러 법원에 가다보니 그 시기적절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그만큼 자신의 잘못과 그것이 미치는 파장을 바로 연결 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건처리과정을 보면 피해자의 고소, 경찰의 사건조사, 검찰로 송치, 검찰에서 법원으로 이송, 법원에서 소년 분류심사원으로 위탁, 위탁 후 법원의 재판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한다. 사건은 많은데 인력이 부족한 것도 재판이 늦어지는 원인이다. 효율성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경찰조사 후 바로 법원에 사건을 송치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만일 검찰단계에서 소년부로 보내지 않고 바로 기소유예를 하는 경우라면, 법을 위반하면 반드시 죄 값을 치른다는 통과의례를 경험할 수 있도록 직접 소년을 검찰로 출석시킨 후, 반성문을 쓰게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나마 반성하고 뉘우칠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지금보다는 첫 재판의 시기가 좀 더 앞당겨지길 바란다. 하지만 신속한 재판 개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년의 가정환경, 범죄 성향 등 여러 가지 개인적 특성을 고려한 신중한 맞춤 처분일 것이다. 또한 보호처분을 받은 소년에 대한 부모, 학교의 지속적인 관심, 보호관찰기관의 실질적인 사후관리와 교육이야말로 재범을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한 아이를 어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는가.
/장미애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