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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정치부 차장
칼을 뽑았으니, 뭐라도 잘라야 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합리화라는 명목으로 경기도 산하기관 통폐합이 논의됐다. 드러내진 않았지만, 목표 대상이 있었다. 하지만 노조 등 반발이 극심했고, 일부는 무산됐다. 그러자 수면 위로 떠오른 기관이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중기센터)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과진원)이다. 기관 성격이나 업무상 연관성이 적어 보였지만, 광교테크노밸리 내 이웃사촌이라는 점 때문에 타깃이 됐다. 통합 대상이 된 두 기관은 영문도 모른 채 미래를 그저 정해주는 운명에 맡겼다.

그렇게 두 기관은 물리적 통합을 하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라는 난해(?)한 이름을 달고 새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통합 효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복업무에 대한 인력이 줄지도, 시너지를 낼 새로운 분야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갈등만 표출됐다. 직급을 재정리 하는 과정에서 실제 연차와는 다르게 서로의 호적이 바뀌었고, 뒤엉킨 선후배 관계 속에 결국 한지붕 남남 관계가 됐다. 게다가 노조마저 '각자도생'을 택하며 복수노조로 활동함에 따라, 사이는 더욱 멀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와 한의녕 원장이 꺼내 든 카드가 조직개편이다. 하지만 옛 중소기업지원센터와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출신 간 불균형적 보직 인사와 특정 인사의 고속 승진 등이 불만을 더욱 가중시켰다. 자신의 전공이자 특기 분야와 상관없는 업무를 맡은 사람도 많다. 노사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생협의를 시작한다고 했으나, 내부 불신은 여전하다. 게다가 뾰족한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본다. 두 기관의 통합이 낳은 효율성은 무엇인가? 또 앞으로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가? 오히려 기관을 재분리하고 업무조정을 하는 것은 어떨까? 옛 중기센터가 중기 지원과 국제통상 및 판교·광교테크노밸리 관리 업무를 맡고, 과진원이 4차 산업 및 바이오 산업 육성 등 과학기술에 매진하는 것이다. 또 소상공인 업무는 현재 금융지원을 하는 경기신용보증재단으로 이관해 원스톱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도 괜찮다. 잘못 들어선 길은 빨리 되돌아가야,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잊는데 쓰는 것이지 근본적 치료용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김태성 정치부 차장 mr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