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을 앞둔 상인들의 표정이 어둡다. 전통시장은 명절 대목이 실종된 지 오래지만 '올해는 해도 너무하다'고 아우성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도 과일과 한우 등 고가의 선물코너가 한산한 모습이다. 불경기로 씀씀이가 줄어든 데다 이른바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올해는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첫 추석 명절이다. 3-5-10(식사 3만원 이하, 선물 5만원 이하, 경조사비 10만원 이하) 상한선은 명절 때 위력을 발휘한다. 한우 선물을 찾는 고객들이 '5만원 이하 세트는 없느냐'고 해 상인들을 할 말이 없게 한다. 농산물과 과일세트는 5만원을 기준으로 희비가 갈린다. 사과와 배, 밤, 대추는 추석을 전후해 전체 생산량의 40% 가량 판매된다. 명절 대목을 놓치면 1년 농사 망치는 거다. 농산물과 전통주(酒) 만이라도 법 적용 대상에서 빼자고 하지만 정치권은 답을 내놓지 않는다.
정부는 10월 2일을 임시 휴일로 정해 국민들이 최장 열흘까지 휴가를 즐기도록 했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공짜다. 내수를 살려보자는 고육책이다. 하지만 추석 연휴에도 시장과 국내 관광지의 한숨은 더 커질 전망이다. 국내 여행이 아닌 해외여행을 떠나려는 국민이 지난해보다 80% 이상 급증할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부 해외여행상품은 평소보다 3배 이상 비싼데도 일찌감치 '완판'됐다고 한다.
뒤늦게 정치권에서 김영란 법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 3-5-10을 10-10-5로 완화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야당 의원이 입법발의했는데, 그나마 추석 전 시행은 불투명하다고 한다.
실종된 내수는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이번 추석은 가라앉은 내수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래야 국민들이 환한 표정으로 보름달을 볼 수 있다.
방송과 신문, 인터넷 매체를 총동원해 실종된 내수를 되찾자는 범국민 캠페인이라도 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모습을 감춘 내수를 찾아야 서민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잃었던 웃음을 되찾을 수 있다. 캠페인 제목은 이렇다. '집 나간 내수를 찾습니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