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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범위한 적용 대상·위반 기준 모호 초반 열기 식어
보상적고 실명공개 부담… 형사처벌 1년간 고작 1건
단속 힘든 실정에 '3·5·10법칙' 암묵적 위반도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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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1년도 채 안돼 위반신고가 급격히 줄고 있다. 광범위한 적용대상과 위반기준 역시 모호해 적발이 어려우면서 사실상 단속이 불가, 법 시행 초기 뜨거웠던 신고 열기가 식는 분위기다.

단속 없는 규제에 암묵적으로 '3·5·10 법칙'도 깨지는 경우도 잦아지면서 청렴 국가를 만들겠다는 도입 취지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0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이후 경찰에 접수된 김영란법 위반 신고 건수는 112신고를 포함해 월별 0~5건에 불과하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직후인 지난해 10월 한 달 간 307건에 달하던 112신고와 서면으로 13건이 신고됐던 실정과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표 참조

지난달 기준 전국 경찰에 신고된 380여건 중 375건이 지난해 9월 28일 이후부터 지난 3월까지 집중됐다. 특히 지난 3월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수사 대상인 서면신고가 0건으로 나타났고, 112신고도 1건에 불과했다.

시행 초기만 해도 이른바 '란파라치' 학원까지 성행할 정도로 신고와 제보의 열기가 뜨거웠지만, 포상 및 보상금 규모도 크지 않아 신고 건수가 급격히 줄었다는 분석이다. 또 실명을 공개한 민원인이 서면 형태로 증거와 함께 신고 서류를 접수해야만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등 신고절차가 까다로운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위반자에 대해 징계 및 과태료 등 행정처분 또는 벌금 및 징역 등 형사처벌이 내려지는데, 지난 1년간 벌금 이상의 형사처벌로 이어진 경우도 단 한 건뿐이다.

수원지법은 지난 17일 도로포장업체 대표로부터 현금 200만원을 받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한국도로공사 도로개량사업단장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이외 경찰(36건)과 검찰(111건)이 조사한 위반사례 147건 중 7건 만이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국민권익위에 신고되는 건수도 줄고 있는 추세다. 지난달까지 권익위에 접수된 청탁금지법 위반신고건수는 금품수수 202건·부정청탁 172건·외부강의 등 기타 19건 등 총 393건인데 이중 절반 이상이 지난해 10·11·12월 등 3개월간 이뤄졌다.

전문가들은 김영란법에 대한 단속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한 일각에서 암묵적으로 위반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초과한 적이 있는가'라는 설문조사에 기업 인사담당자 10명 중 3명이 "있다" 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 증거가 부족한 112신고인 데다 현장에 나가도 개인정보보호법상 불법행위 등으로 위반 사례도 적발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권익위 관계자는 "신고는 줄어들 수 있으나 국민 80% 이상이 시행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는 만큼 단속 강화 등을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성·조윤영·윤설아 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