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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직장·대중문화에 만연한 여성 차별
강력범죄·사회적 통계 통해 모순 파헤쳐
페미니스트 활동·각종 사례 대응 소개도


여학생은 왜 한여름에도 브래지어가 비쳐 보이지 않도록 속옷을 한 벌 더 껴입어야 할까? 여성은 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일 때도 'ㅇㅇ녀'라 불리며 화젯거리가 될까?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왜 여자 주인공에게 강제로 키스할까?

남자 연예인이 요리를 못하면 개그 소재가 되고, 여자 연예인이 요리를 못하면 '센스 없다'고 비난받는 이유는? 남자들의 이야기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은 왜 남자 주인공의 각성이나 터닝 포인트를 위한 장치로 쓰일까?

이른바 '여혐(여성혐오)'이라 불리는 불편한 신조어가 최근 많이 화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혐과 관련된 책들이 잇따라 출간돼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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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지 않습니다┃최지은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248쪽. 1만4천원.

10여 년간 대중문화 기자로 일해 온 저자가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을 고민하며 쓴 글을 담았다.

저자는 대중문화 곳곳에서 또는 우리의 무의식에 발현되며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여성혐오를 진단하며 강남역 살인 사건, 왁싱숍 살인 사건 등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하루하루가 생존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여학생, 여직원, 엄마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폭력과 조롱과 비하가 만연한 세상을, 또 그러한 폭력과 조롱을 웃으며 소비하는 대중문화와 이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한국 사회에 대해 "괜찮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책은 평생에 걸쳐 혐오에 시달리며 여성 선별 범죄의 위험에 노출된 한국 여성의 일상과 존중받지 못하는 걸 그룹과 여자 연예인, 또 유독 '남성'에게만 관대한 대중문화 풍토, 여자를 갈망하면서 동시에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의 세상을 비판적인 입장에서 살핀다.

저자는 조심스럽게 대안을 찾는데,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한 걸음씩 나아가는 여성들의 움직임을 소개하고 페미니스트로서의 삶에서 찾은 재미를 공유하며, 또 여성혐오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함께 싸울 방법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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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혐, 여자가 뭘 어쨌다고┃서민 지음. 다시봄 펴냄. 296쪽. 1만5천원.

기생충 박사로 불리는 칼럼니스트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가 여성 차별과 혐오를 파헤친다.

남성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고 여성들을 '된장녀'라 부르고, 더치페이를 안 한다고 '김치녀'라고 부르며, 아이와 함께 외출하는 여성에게는 '맘충'이란 딱지를 붙였다.

또 지하철에서 여자가 말싸움이라도 하면 '지하철 막말녀'란 이름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고, 그 영상들에는 여성을 욕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린다.

여성 혐오를 부추기는 남성뿐 아니라 이에 동조하거나 침묵하는 이들도 이 사태를 만든 공범이라고 주장한다.

여성 혐오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고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보여주고, '여혐'을 일삼는 남성들의 주장이 왜 잘못됐는가를 알리기 위해 책을 펴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중 하나가 대학을 나와도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현실이 남성들로 하여금 분풀이할 대상을 찾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혐오는 언제나 사회적 약자를 향하는데, 바로 여성이 분풀이 대상이 된 것이다.

저자는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각종 통계를 근거로 들며 불평등한 삶을 살고 있다고 강조한다.

남성들이 평균 270만원의 월급을 받는 반면 여성들은 160만원을 받으며 40% 넘는 임금 격차를 보인다. 유가증권 시장 상장 기업 694개사 중 여성 등기 임원이 있는 기업은 11.2%인 78개사에 불과하다. 유리 천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집 안에서의 불평등도 여전한데, '독박 육아'라는 말이 나오듯 맞벌이 가정이 늘었음에도 가사와 육아는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남아있다.

남성들은 여전히 '돕는'위치에 있으며 육아가 모성의 신성한 본능이자 의무라고 억측을 펴는 남성들의 이기적 행태를 꼬집으며 남성도 육아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뒷받침과 함께 스스로의 각성 또한 필요함을 강조한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