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8일만에 단원고 교실찾아
"사랑한다는 말 아끼지 말길"
두 어머니, 후배들에게 당부
시민·유족들 '하늘길' 배웅
"하늘 가는 밝은 길이 은화·다윤 앞에 있으니…"
25일 오후 3시께 수원시연화장에서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였던 안산 단원고 조은화·허다윤(당시 17세)양의 봉안함이 가족에게 전달됐다. 2014년 4월 참사 이후 1천258일 만이다.
은화·다윤양의 생일은 각각 오는 10월 10일과 1일이다. 참사 후 4번째 생일을 목포신항 냉동안치소 대신 볕드는 곳에서 보내야 한다는 유족의 뜻에 따라 23일~25일 서울시청에서 이별식이 진행됐다.
이날 오전 서울대학교병원을 출발한 은화·다윤양의 유해는 오전 11시 30분께 모교인 단원고를 찾았다. 대형 장의차량이 교문을 통과할 때 단원고 후배 200여명이 마중을 나와 묵념했다.
둘의 영정은 생전 생활한 2학년 1반(은화)·2반(다윤) 교실을 향했다. 은화·다윤양이 생활하던 교실에서 유가족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끝내 오열했다. 교실 곳곳을 둘러본 두 어머니는 건물 밖으로 나와 딸의 후배들을 향해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아끼지 말아달라"며 당부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수원시연화장에서도 두 어머니는 화장로로 들어가는 딸의 관을 보며 눈물을 터뜨렸다. 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49)씨는 나란히 앉은 은화양 친구들에게 "이제 은화를 웃으면서 보내주자"고 말했다. 다윤양 어머니 박은미(47)씨는 "엄마 딸, 사랑해. 이따 만나자"고 전했다.
수골·분골 작업을 거쳐 은화·다윤양은 다시 가족 품에 돌아왔다. 박씨는 봉안함을 끌어안고 "다윤아, 안고 싶었어. 엄마한테 와줘서 고마워"라며 흐느꼈다. 친인척과 시민들도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다윤양 아버지 허흥환(64)씨 곁은 같은 반 희생자 아버지들이 지켰다. 윤솔양의 아버지 윤종기씨는 "우리 딸이 5월 8일 어버이날 올라왔다"며 "딸이랑 다윤이 꼭 찾아오기로 약속했는데 이제야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 은화·다윤양은 길고 긴 수학여행을 마치고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잠든 화성 효원납골공원에 안치됐다.
한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오랜 기다림 끝에 가족의 품에 안기게 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마지막 교실을 찾는 영령들이 슬픔을 거두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영원히 평안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