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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
국내 자동차 업계가 위기다. 인천은 '한국지엠 철수설'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내수 및 수출 부진, 지엠(GM) 본사의 전 세계 사업장 구조조정, KDB산업은행 특별결의 거부권 상실 우려 등으로 이런 소문이 계속 떠돌고 있다. 카허 카젬(Kaher Kazem) 한국지엠 신임 사장은 부임 이후 한국시장 철수설을 거듭 일축했으나, 노조는 여전히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최근 펴낸 보고서를 보면, 인천 자동차산업 생산액은 2000년 3조2천억원에서 2012년 11조2천억원으로 증가했다가 그 이후 정체 국면에 들어갔다. 또 지역 내 부가가치 창출액 대비 비중도 2000년 6.4%, 2005년 11.7%, 2013년 17.4%로 확대됐다가 2014년 16.1%로 하락했다. 이 같은 결과는 2013년 말 한국지엠 자회사인 유럽 쉐보레 판매법인이 본사의 결정으로 유럽에서 철수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한국지엠이 유럽에 쉐보레 브랜드 차량의 90%를 수출해온 터였다. 결국, 말리부 등을 생산하는 한국지엠 인천 부평공장도 실적 부진을 겪게 됐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말 누적적자가 2조원에 달하면서 올 상반기 자본잠식에 빠졌다.

현대, 기아차도 중국에서 판매가 급감하는 등 국내 완성차 업계가 일제히 부진을 겪고 있다. 진짜 심각한 것은 규모가 영세한 자동차부품 협력사들이 덩달아 위기를 맞았다는 데 있다. 인천에는 1천여 개의 크고 작은 자동차부품 업체가 있다. 하지만 정작 자동차부품 업계는 숨죽이고 있다. 괜한 소리를 해 원청업체 눈 밖에 났다간 일감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우려인 듯하다.

최근 인천에서는 인천상공회의소 등이 주도한 '인천자동차발전협의회'가 창립했다. 인천시 등 116개 기관·단체와 61개 기업이 동참하는 협의회는 완성차 업체와 상생, 자동차부품 산업 생존 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이 협의회가 말 못할 고충에 속앓이를 하는 자동차부품 업계를 보듬는 일부터 시작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임승재 인천본사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