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엔 정치 보복, 정권 보복이 없다. 전직 대통령들은 자유자재 태평천하다. 2001년 퇴임 후 2014년 6월까지 빌 클린턴의 강연은 542회. 매회 25만~75만 달러를 받아 1천억 원을 벌었다. 성급하게도 2004년 58세에 출판한 회고록 '마이 라이프'의 출판 계약금과 인세만 해도 엄청나다. 그런 그가 소설을 집필 중이라고 했고 TV 드라마로도 제작된다는 거다. 평소 언론 인터뷰 때마다 스릴러와 미스터리 소설의 광적 팬임을 자처했던 그의 자필 소설 제목은 'the president is missing(대통령 행방불명)'으로 내년 6월 출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런데 단독 집필이 아닌 공동 집필이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스릴러물 거장인 제임스 패터슨과 함께 쓴다는 거다. 미국 전직 대통령들은 단연 영욕의 榮, 명암의 明쪽이다. 지난 1월 퇴임한 오바마만 해도 불과 56세에 회고록 출판 계약금 6천만 달러를 받았고 강연과 여행 등 자유만끽이다.
그런가하면 정치 보복, 정권 보복이 횡행하는 나라도 많다. 최근의 예만 해도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89)이 수도 카이로 군 병원 연금에서 풀려난 건 지난 3월 24일이었다. 2011년 이른바 '아랍의 봄' 민주화운동 때 정권을 빼앗긴 채 2012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6년간 입원 중이었고 죄목은 '독재'였다. 그런데 그 이집트의 모르시(Morsi) 전 대통령(66)도 바로 지난 16일 대법원에 해당하는 파기원(破棄院)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군 기밀 정보 등을 카타르에 누설했다는 죄였지만 그 또한 정치 보복이다. 대한민국의 정치 보복, 정권 보복도 목불인견이다. 재판 과정의 송장 같은 박근혜를 비롯해 MB, 저승의 노무현까지 거슬러 추악한 정치보복 싸움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박원순은 MB가 노무현에게 정치보복을 했다며 MB를 고발했고 야당의 정진석 의원은 '무슨 소리냐. 그는 부부싸움 끝에 자살했다'고 하자 노무현 아들이 정 의원을 사자(死者)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블랙리스트다 뭐다 영화배우 코미디언 작가까지 보복 당했다는 해원(解寃) 신원(伸寃) 대열에 뛰어들었고…. 안보가 위중한 이 판국, 이 상황, 이 와중에 벌이는 정치보복 굿판이 한심하고 개탄스럽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