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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은 음력 8월 15일로, '한가위'라 불린다. 설, 단오절과 함께 우리 민족 3대 명절이다. 송편을 빚어 차례를 지내고 보름달 아래 노닐며 소원을 빈다. 아낙네들이 모여 둥근 원을 그리는 강강술래가 대표 세시풍속이다.

같은 날 중국은 중추절을 지낸다. 춘절에는 못 미치지만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내고 구경을 하며 소원을 비는 등 우리와 비슷하다. 둥근 달을 연상케 하는 월병을 빚어 이웃과 나눠 먹는다.

베트남도 '쭝투(Trung Thu)'라 부르는 이맘때 명절이 있다. 우리가 송편을 만들어 먹는 것처럼 잉어나 국화 모양 등이 새겨진 빵을 만들어 가족, 이웃과 나눠 먹는다. 이날은 또 베트남의 어린이날이기도 하다. 낮에는 어린이들의 길거리 공연이 이어지고 밤에는 거리행진이 장관이다. 아이들은 곰, 금붕어, 잉어 등 자신이 좋아하는 귀여운 동물 모양의 손등을 들고 참여한다. 어른들은 행진하는 아이들에게 과자를 나누어주며 건강을 빌어준다.

필리핀은 매년 11월 1일 '만성절'이 최대 명절이다. 음식과 촛불을 준비해 조상의 묘지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밤을 지새우면서 가족과 함께 고인의 넋을 기린다. 무덤가에는 수많은 촛불과 꽃들이 장식돼 장관을 이룬다. 백화점, 음식점, 놀이공원 등에서는 마녀와 괴물, 만화 주인공 등의 복장을 한 직원들이 명절을 맞은 아이들을 위해 축제 분위기를 만든다.

러시아에도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 있다. 11월 8일 직전의 토요일인 '성 드미트리 토요일'이다. 역시 친척이 모여 햇곡식과 과일로 음식을 나누고, 성묘를 가기도 한다. 1380년 돈 강 유역에서 몽골군을 상대로 대승한 드미트리 돈스크 공(公)이 이날 전사자들을 추모하는 모임을 한 게 유래다.

세시 풍속은 달라도 각국 명절엔 공통어가 있다. 고향과 가족이다. 엄마 품 같은 고향에서 잠시나마 타향살이의 고달픔을 잊는다. 온 가족이 모여 준비한 음식을 나누고 정담(情談)을 나눈다. 어지럽고 사나운 시절이다. 어깨가 처진 젊은이들이 많다. 모든 이에게 휴식이 되고 위안이 되는 명절이 되기를 달님에게 빌어 본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