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휴식권 보장차원 정책이지만
법적으로 유급휴일 아니기에
비정규직·중소사업장 근로자들
되레 소외감·불평등 느낄 수 있어
공정한 휴식 위한 법제화 필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며 기다린 추석 황금연휴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들여다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서 시작되었다. 국민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대체 휴일제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지난 5월과 10월 임시 공휴일과 대체 공휴일 지정으로 황금연휴가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좋은 취지로 시작된 정책이기는 하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소외감과 불평등을 경험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사업장의 근로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달 중에 3분의 1을 쉬게 되는 이번 추석 연휴가 모두에게 횡재처럼 느껴지는 황금연휴가 되지는 못한다. 현재 법적으로 임시 공휴일이 유급휴일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근로자들에게는 쉴 수 없는 잔인한 노동의 시간이고, 어떤 근로자들에게는 남들과 똑같이 쉬기 위해 본인의 연차 휴가로 충당해야 하는 기간일 수 있고, 또 어떤 일용직 노동자에게는 임금이 삭감되는 시간일 수 있다. 이처럼 휴일 앞에서도 격차가 벌어지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떠들썩한 말뿐인 휴일이 아니라 소외됨 없이 노동자들의 공정한 휴식권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법제화가 필요하다.
추석의 또 다른 말은 '한가위'인데 '한'이라는 말은 '크다'라는 뜻이고 '가위'는 가운데'라는 의미를 가진다. 달리 보면 '한 가운데'라 함은 어떤 차별적인 것이 없이 누구나 함께 잘 누릴 수 있음을 뜻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여자와 남자, 시댁과 친정 등 비교의 잣대에서 벗어나 자연(自然)스럽게 서로 존중하고 사랑의 마음으로 보듬는 그 한 가운데에 있음이 한가위 아닐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다. 추석 무렵이 되면 온갖 곡식과 과일이 무르익어 먹을 것이 풍성해진다. 조상님께 감사드리며 이웃과 함께 풍성한 음식을 나누고 즐긴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우리 모두에게 소외됨 없이 이 한가위 황금연휴가 풍성하고 따뜻하게 느껴져야 하지 않을까.
한가위가 되면 꼭 떠오르는 그림책이 있다. 우리나라 민요를 시 그림책으로 만든 <둥그렁 뎅 둥그렁 뎅/전래동요. 김종도 그림/창비 출판>은 휘영청 밝은 보름달 아래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 신명나게 춤판이 벌어진 모습을 보여준다. 토끼는 달리기 선수로, 개구리는 엿장수로…, 저마다 생긴 대로 잘하는 대로 제 몫을 다하며 신명 나게 살아가는 세상을 그렸다. 황새, 물새, 곰, 토끼, 개구리, 두더지, 호랑이 등 동물들의 특징에 맞춰 신명나는 세상살이를 보름달과 함께 둥둥둥 북소리로 우리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이 울림처럼 모두 함께 편하고 여유롭게 둥근 보름달을 보면서 신명나게 새로운 힘을 얻어 보면 어떨까?
/최지혜 바람 숲 그림책 도서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