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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적으로 북한의 노벨평화상 공적이 지대(至大)하다. 그걸 두 번씩이나 타도록 명분 제공을 한 나라가 북한이기 때문이다. 2000년 6월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내린 DJ를 김정일이 얼싸안는 바람에 노벨평화상을 타도록 했고 이번에도 그랬다. 노르웨이 노벨상위원회는 국제 NGO(비정부기구)인 핵병기폐절국제캠페인(ICAN)에 상을 주는 주된 이유가 북한의 핵 위협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북한이 핵을 버릴까. 1945년 8월 일본에 사상 최초로 원폭 투하를 명령한 트루먼 미국 대통령, 그 손자 클리프튼 트루먼(60)이 지난 6일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 인터뷰에서 "조부의 용단은 전쟁 종지부를 찍기 위한 고육책이었다"고 한 말과 스위스 제네바의 ICAN 사무국장 베아트리스 퓐(34)이 "이번 상은 일본 피폭자 전원에게도 주는 상"이라고 언급한 것도 김정은은 들었을 터이건만….

러시아 핵탄두는 7천개, 미국은 6천800개다. 프랑스 300개, 중국 270개에 이어 영국(215) 파키스탄(130~140) 인도(120~130) 이스라엘(80) 순이다. 북한은 10~20개지만 얼마나 늘어날지 모른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북한이 위험하다는 것이고 기타 핵보유국이 핵을 사용할 염려는 거의 없다는 게 노벨상위원회 견해다. 그런데 그 핵 덕분에 노벨평화상을 거머쥔 개인 또는 단체는 ICAN 외에도 다수다. 1962년 미국의 라이너스 폴링, 1974년 일본의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1975년 소련의 안드레이 사하로프, 1985년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 1995년 피그워시회의, 2005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아이러니컬하게도 북한이 핵을 버리지 않는 한 노벨평화상 수상자는 더 나올지 모른다.

8일 중국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조선은 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七屆二中全會)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經濟建設和核武力建設竝進路線)을 천명했다'고. 결코 핵 폐기는 없다는 거다. 안톤 모로조프 등 러시아 하원 의원 3명은 또 지난 6일 방북,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조선의 다음 목표는 미 서해안이 사정권인 ICBM'이라고 했다. 거기 핵탄두를 장착한다는 거다. 5천만! 기가 막히지 않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