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게 기술은 일자리 창출
경쟁력 향상·생존의 필수불가결
임직원에 의한 유출 등으로
폐업 위기 처한 사연들 많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기엔 한계
경계심 갖고 보호 노력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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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신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지명으로는 미서부의 사막지대지만 기업에 있어서는 존속의 결정적인 고비를 말한다. 기업은 성장단계에 접어들기까지 세 번의 죽음의 계곡을 넘는다고 한다. 첫 번째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개발단계에서, 두 번째는 개발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을 양산하기 위한 생산기반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세 번째는 생산제품의 판로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겪는다고 한다. 결국 기업이 살기위해서는 매출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술, 생산기반, 판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설명 드린 바와 같이 기업은 기술에서 시작한다.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차별화되거나 경쟁력있는 기술이 없으면 해당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해 줄 시장을 만들지 못 한다. 정부정책에서도 기술은 중요하다. 기술을 갖춘 전문인력의 창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기술개발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에게 기술은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보호되어야 한다.

기술보호는 단순히 기업의 생존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보호는 기술의 도용이나 탈취를 어렵게 해 기술거래나 M&A 등 정당한 거래과정을 거쳐야만 기술을 취득할 수 있게 해준다. M&A가 활성화되면 현재 증시 상장 등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창업기업, 벤처기업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자금회수 방식이 다양화되는 효과가 있어 민간투자가 확대되는 계기도 된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의 기술보호 수준은 어떠한가? 중소벤처기업부와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이 매년 실시하는 '중소기업기술보호실태조사'에 의하면 2016년 조사대상 2천500개 기업 중 기술유출을 경험한 비율은 3.5%수준으로 피해액은 건당 18억9천만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술유출 관계자는 퇴직임직원의 비중이 69.2%로 제일 컸고 경쟁업체종사자 17.3%, 현직임직원 11.5%, 협력업체종사자 5.8%순이었고, 기술유출의 방식은 이메일 및 휴대용 저장장치 48.1%, 핵심인력스카우트 36.5%, 복사·절취 17.3% 순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로도 알 수 있듯이 기술 유출은 임직원과 거래상대방이 있는 한 기업조직안팎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고 기업의 존폐를 좌우하는 사안일수도 있기 때문에 임직원과 거래상대방과의 신뢰관계에만 의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따라서, 기업은 기술유출 대응역량을 향상시키고 자율적인 기술보호노력을 상시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기술보호역량은 대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실태조사에 의하면 대기업의 수준이 100이라면 중소기업의 역량은 71.3정도에 그치고 있다. 또한 퇴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안서약서 징수율도 대기업이 61.3%인데 중소기업은 24.7% 수준으로 기술보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반적으로 약한 상황이다.

정부도 2014년 중소기업 기술보호법을 제정하여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정보를 안전 보관하도록 하는 기술임치제도 운영, 기술보호 취약기업에 대한 전문가 상담·자문, 사이버공격 등으로 인한 정보유출 방지를 위한 기술지킴서비스의 시행, 해외진출기업에 대한 기술보호 자문 등을 통해 정보유출을 사전 예방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장기화되는 기술보호분쟁으로 인해 중소기업이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기술분쟁 조정·중재제도를 도입해서 피해 구제가 신속히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들어 기술유출에 의한 피해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임직원에 의한 기술유출 또는 위탁기업의 기술 탈취로 인해 폐업위기에 처한 안타까운 사연들이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정부의 제도와 노력만으로 이러한 상황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중소기업은 기술유출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기술보호를 위해 자율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거래상대방도 기술인력 빼가기 등과 같은 부당, 불법한 기술취득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과 징벌을 가하려는 움직임이 차츰 커지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여 정당한 기술거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실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

/김영신 경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