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아파트에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던 A(60·무직)씨가 처음 농작물을 훔친 것은 지난 2015년 11월께.
당뇨 등 지병이 있어 직장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 처한 A씨는 아들마저 직업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렸다. 견디다 못한 A씨는 집에서 4㎞ 떨어진 곳에 있는 남촌동, 수산동 일대의 비닐하우스 안 농작물을 노렸다. 산책을 나가는 척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집을 나섰지만 주머니에는 커터칼이 숨어있었다.
A씨는 커터칼로 비닐하우스 입구를 찢은 뒤 감자, 배추, 고추를 미리 준비한 봉투에 담았다. A씨는 훔친 농작물로 아들과 함께 끼니를 때웠다.
범행이 들통 나지 않자 A씨의 범행은 대담해졌다. A씨는 2년 가까이 이 일대 비닐하우스를 제집처럼 드나들며 각종 농산물을 훔쳤다. 노트북과 면도기 등 생활용품을 훔쳐 집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지난 7월 25일 첫 도난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한 비닐하우스에 설치된 CCTV 녹화영상에서 A씨의 모습을 확인했다. 영상에는 남촌동·수산동 농지 인근 샛길에서 두 손에 농작물이 든 봉투를 들고 있는 A씨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인천남동경찰서는 상습절도 혐의로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56차례에 걸쳐 423만원 상당의 농작물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아들과 함께 먹고 살길이 막막해 농작물을 훔치게 됐다"며 "다시는 범행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선처를 구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60代 가장의 '눈물'
지병·생활고에 농작물 훔치다 붙잡혀
"아들과 먹고 살길 막막…" 선처 호소
입력 2017-10-10 21:18
수정 2017-10-10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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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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