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 조상은 늑대다. 40만 년 전, 수렵생활을 하는 인간과 늑대는 서로가 포식 대상이었다. 늑대는 인간을 잡아먹기도, 애써 잡은 사냥물을 빼앗기도 했다. 인간은 성가시고 무서운 늑대에게 남은 고기와 뼈다귀를 던져줬다. 늑대는 인간이 던져주는 고기를 기다리게 됐고, 점차 가까운 사이가 됐다.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작한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개의 진화과정이다.
인간과 생활하게 된 개는 다리가 짧아지고 두상도 바뀌는 등 진화를 거듭했다. 4천 년 전에는 가는 얼굴과 긴 발을 가진 그레이하운드의 조상, 튼튼한 마스티프의 조상, 특별히 다리가 짧은 개가 출현했다. 인간은 집을 지키거나 사냥을 하는 기능을 높이기 위해 인공 개량을 거듭했다. 현재는 400여 종이 사람과 살고 있다.
반려견은 인간에게 사랑받기 위해 몸을 바꾸고 식성도 바꿨다. 하지만 '사냥 본능'이라는 유전자는 버리지 않았다. 언제든 맹수로 돌변할 수 있는 '잠재적 포식자'인 것이다.
시흥의 한 아파트에서 한살 배기 아이가 반려견에 물려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 지난 6일 7년생 진돗개에 목 부위를 물린 뒤 사흘 만에 숨졌다. 엄마도 곁에 있었지만 불행을 막지는 못했다.
진돗개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 못지않게 공격성이 강하다. 사고를 낸 개는 아이 아빠가 결혼 전부터 키웠다고 한다. 아이는 주인이 아니었던 셈이다.
개 과(科) 동물은 여우·너구리·늑대·들개·축견(畜犬) 등이 있다. 식육목(食肉目) 중 분포가 가장 넓고 세계적이며, 대부분 북반구에 산다. 두개골이 약간 길며, 송곳니 중 큰 이는 먹이를 부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예리하다. 개 중에는 같이 큰 무리를 지어 가축을 포위하고 공격하기도 하는 매우 사나운 종류도 있다.
방어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나 노약자에게 반려견은 위험한 동물일 수 있다. 덩치가 크거나 사나운 맹견의 유전자에는 식육을 위한 공격 본능이 잠재돼 있다. 반려견은 언제든 위험한 공격자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갖고 대비하지 않으면 불행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