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 특구' 건강한 식품 브랜드 확산
생산~유통 과정 담아 내는 '미식 문화' 필수
옷은 입는 것에서 개인의 외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기능이 강조되고 있으며, 주거 역시 편리한 환경과 인테리어를 강조하는 맞춤형 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잘 입고 잘 먹는 것이 중요했지만, 현재는 삶의 질과 함께 미식(美飾)이 부각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식도락', '푸드투어리즘'으로 연결돼 지역 도시들의 새 경쟁력으로 자리 잡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미식을 관광의 주축으로 활용해 관광객 등 교류 인구의 증대를 목표로 하는 '미식도시'의 필요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으며, 양평이 지역 고유의 특색을 살린 음식문화 정책을 발굴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미식 관광분야에서 유명한 Hall & Sharples는 그의 저서 'Food Tourism Around the World'에서 '미식관광이란 여가 혹은 오락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으로, 미식 혹은 요리법이 중심이 되는 지역 체험 여행'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지역 고유의 음식이 관광 동기가 되고, 지역의 음식문화가 또 하나의 관광 매력으로 자리 잡는 것을 말하는 것이며, 이러한 미식관광이 지역의 문화와 어우러지며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지금 시대의 관광 트렌드다.
필자는 지난 9월 이탈리아 연수를 다녀왔다. 슬로푸드 운동의 발원지인 피에몬테 지역과 미식과학대, 국제요리학교, 슬로우시티 협회 등을 시찰하며 느낀 점이 있다면, 맛있는 음식 만들기를 뛰어넘어 음식에 지역 고유의 전통과 역사를 담는 미식문화 조성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특색있는 음식문화 정책이 지역 농산물 판로 확대와 지역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점을 보고 양평만의 미식문화 정책을 절감하며 귀국길에 올랐다.
사실, 음식과 관련해서는 이탈리아를 포함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많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우리의 오랜 전통이다. 한끼 식사를 할 때 스파게티, 햄버거, 스테이크 등 단품 요리가 아니라 밥부터 국, 찬까지 여러 요리를 한 번에 먹는다.
어떤 것이 더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운동이 보여주듯이 넓게는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를, 좁게는 양평만의 특색있는 미식문화를 세계화 시킬 수 있는 방법 또한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첫 단추로, 농산물 원산지에 '양평산(産)'표기를 검토하고 있다. 현행 법률은 원산지를 표기할 때 '국산 또는 국내산, 그 농산물을 생산·채취·사육한 지역의 시·도 명이나 시·군·구명을 표시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거 양평군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수·임산물에 '양평산'을 게재해 믿고 먹을 수 있는 '친환경농업 특구 양평'의 건강한 식품 브랜드를 확산시킬 계획이다. 또한, 지역에서 나는 생산물은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을 뒤집는 '지소지산(地消地産)'운동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는 '지역에서 소비되는 음식에 지역의 농산물을 쓰자'는 조금 더 적극적인 지역 농산물 활용의 개념으로서, 음식을 단순히 조리된 식품이 아닌 생산부터 유통까지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아낼 수 있는 '양평만의 미식문화'를 만드는 필수 요소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 가칭 '음식문화팀'신설과 민간 주도의 식 문화 발굴·확산을 위한 교육 조례 제정을 검토 중에 있다. 공공기관은 정책의 필요성을 주민들에게 알려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하는 역할에 충실하고,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양평 미식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각종 교육과 지원에 행정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지역의 문화는 어느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미식문화 역시 잘 설계된 밑그림 위에 주민과 행정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업관계가 유지되어야만 그 효과와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에 양평의 미식문화가 오롯이 정착된다면, 이탈리아의 '파르마산 치즈'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듯이 '양평산 농산물'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지역의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선교 양평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