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그리스어의 'demokratia'에 근원을 두고 있는데, 'demo(국민)'와 'kratos(지배)'의 두 낱말이 합쳐진 것으로서 '국민의 지배'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이 정치인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기는 대의민주주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몇몇의 정치인들이 자의적인 통치로 민주주의를 배반했던 그 시절, 몇 년에 한번 투표용지에 도장 한번 찍는 걸로 우리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2017년 새해, 시민의 정부 선언은 시민이 직접 시정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결정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는 너무 당연한 이치인데 시민들은 낯설어 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 광장의 시민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면 무어라 말했을까? 이것도 민주주의냐고 물었을지도 모른다. 시무식에서 물어봤던 질문과 아테네 광장의 시민들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공직자의 한사람으로서 무거운 마음이 든다.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여기고,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멋대로 휘둘렀던 대통령은 국민의 손에 의해 권좌에서 쓸쓸히 내려오며 긴 겨울은 끝이 났다. 우리는 또 다시 투표용지에 도장을 찍고 새 대통령을 뽑고 분주한 한해를 보내고 있다.
수원시에서도 올 한해가 바쁘게 흘러가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이진순 와글 대표를 초청하여 시민들과 함께 '시민의 정부 포럼', '참시민 토론회' 등을 열며 '시민의 정부 구상에 머리를 맞대며 수많은 날을 보냈다. 온라인 아고라에서는 3천여 명의 시민이 시민의 정부 정책을 보며 관심을 보였고 400여명에 가까운 시민은 댓글로 참여했다. 시민의 정부 방향과 세부 내용이 담긴 수원시민의 정부 기본계획은 느리고 서툴렀지만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최초의 기본계획이라 진실성이 담겨져 있다.
시민의 정부 기본계획은 대의민주주의의 폐해를 막기 위해 시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한다. 유쾌한 참여, 올바른 협치, 따뜻한 포용의 3대 가치에 기반을 두고 9대 전략, 46개 실행계획이 담겨져 있다. 2010년 염태영 시장은 민선5기 취임식에서 휴먼시티 수원을 선언하고 전국 최초로 좋은시정위원회, 도시정책 시민계획단, 시민자치대학, 마을르네상스 거버넌스(민관 협치)를 추진하였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고리 원전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배심원제와 서울시의 미세먼지 원탁토론의 모태도 수원시의 거버넌스 정책이라 할 수 있다. 시민의 정부 선언이후 수원시가 시민의 곁으로 한발 더 다가가려는 노력 덕분인지 시민참여는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올해 처음으로 2천700여명의 시민과 단체가 5억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하면서 펼쳐진 시민참여 화성문화제이다. 관에서 주도하던 예전과는 달리 참여한 시민들은 화성문화제의 주인공이 되어 축제를 신명나게 즐겼다. 주인공이 되어 참여한 화성문화제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니 기부이상의 자긍심을 주었던 축제인 것 같다. 번번이 민주주의란 이름으로 권력을 독점하는 과거와 같은 행태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 개설된 시민자치대학도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다.
시민자치 대학 수료식에서 327명의 시민이 시민대학 학사모를 쓰고 즐거워했다. 앞으로 이곳을 이수한 민주시민들이 다양한 시정 분야에 참여하고 시민들의 시정 참여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시민은 이제 더 이상 통치 대상이 아니다. '깨어있는 시민' 이 통치자다. 이를 실현하는 것이 시민의 정부인 것이다. 고대 아테네 시민들이 지금의 수원시민들을 어떻게 바라볼까? 향후 역사는 시민의 정부를 어떻게 기록하고 평가할까? 다시는 이 땅의 아들과 딸이 촛불 들고 광화문에 있는 모습을 보지 않기를 소망해 본다.
/송영완 수원시 정책기획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