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산업은행 거부권 만료 관련 한국지엠 스케치
한국지엠의 한국시장 철수를 견제하던 KDB산업은행의 특별결의 거부권이 16일을 기점으로 사라져 지엠 본사의 한국지엠 공장 매각이나 폐쇄 등의 결정을 견제할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사진은 한국지엠 부평공장 서문 모습.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본사 지분 보유 의무 사라져
내수 부진·적자 누적 불안감
노조, 국회서 정부대책 촉구
업계 "경영정상화 전략 펼듯"


그동안 한국지엠의 한국시장 철수를 견제했던 KDB산업은행의 특별결의 거부권(비토권)이 사라졌다.

한국지엠은 비토권 상실에 따른 철수는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노조에서는 고용 불안을 호소하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에서 새로운 대책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16일 한국지엠 창립 15년을 기점으로 지엠 본사의 한국지엠 지분 처분 제한과 산업은행 비토권이 사라지게 된다.

지엠 본사는 2002년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15년 동안 경영권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하며 이 조항에 합의했는데, 16일 이후로는 지분 보유 의무가 없어지는 셈이다.

특히, 2010년 산업은행과 지엠 본사가 체결한 '지엠대우(현 한국지엠) 장기 발전 기본 합의서'도 사라지게 되면서, 지엠 본사가 한국지엠 공장의 매각이나 폐쇄 등을 결정하더라도 손 쓸 방법이 없어지게 된다.

한국지엠 내수 시장 부진도 철수설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국지엠에 따르면 한국지엠은 9월 내수 시장에서 8천911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1년 전보다 36.1% 줄어든 것이다. 1~9월 누적 내수판매(10만 2천504대)도 지난해 동기보다 19.9% 적다.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누적 적자 규모도 불어나고 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영업손실 5천311억 원을 포함해 최근 3년 동안 2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지엠 측은 지엠 본사가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이 지엠 내 생산, 디자인, 엔지니어링 허브로서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허 카젬 사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부평구을) 의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한국지엠은 수익성이 보장되고 장기적인 성장이 예측되는 안정적 시장"이라며 "한국지엠이 현재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는 반드시 흑자전환을 이루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노조 측은 여전히 고용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에서는 '철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신뢰할 수 없다. 사측은 노조와 아무런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해 우리 정부의 공적자금이 1조 원 이상 투입됐기 때문에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산업은행은 지엠 본사와 새로운 장기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협약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지엠 본사가 완전 철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부 공장 매각·폐쇄 또는 전반적 구조조정 등을 통해 한국지엠의 적자 축소를 시도할 개연성은 충분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수판매 부진과 적자 누적, 고비용 저생산 구조 등 한국지엠을 둘러싼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며 "지엠 본사는 성과가 나지 않는 사업장을 과감히 정리해왔기 때문에 적자가 누적된 한국지엠에 대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전략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운·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