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수처라는 말에 기분 잡친다. ①MB 정권 초장인 2008년 초등학생과 유모차 엄마들까지 서울광장 등으로 뛰쳐나가 악을 썼던 그 광우병이 바로 공수병(恐水病)이기 때문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려 죽는다고 했다. 그래서 몇 명이나 죽었는지는 어느 병상 기록에도 없다지만. ②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空手來空手去)는 그 허망한 말 '공수(空手)'에도 기분 잡치고 ③무당이 죽은 사람의 뜻이라며 중얼중얼 전하는 말도 '공수'다. ④팔짱 낀 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공수(拱手), 공수방관(拱手傍觀)의 공수도 버릇없고 얄미운 拱手고. ⑤공수증(恐數症)이라는 말도 있다. 강박관념으로 인해 늘 무언가 잊을까봐 중얼중얼 세거나 되뇌고 있는 정신병이 공수증이다. 공수병(恐水病)은 일본과 중국에서도 각각 '쿄스이뵤'와 '쿵수이삥' 발음으로 통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공수처라고 했다. 그걸 신설한다고 하더니 드디어 법무부가 규모를 축소한 신설안을 제시했다. 수사 검사를 절반으로 줄여 25명 이내로 하고 공수처장은 국회가 선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거다. 수사 대상엔 현직 대통령을 포함한 3부요인 등 정무직 공무원과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간부, 전직 장성급 군 관계자 등이라고 했다. 그럼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툭하면 빼들던 특검 칼날은 더 이상 번뜩이지 않을 건가. 근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을 겨눈 채 번쩍거리던 그런 특검 칼날 말이다. 그런데 검찰 꼭대기의 특검이라는 것도 웃겼건만 이제는 공수처가 특검까지 누르고 올라타다니! 그야말로 옥상옥 그거 아닌가. 옥상가옥(屋上架屋)이라고도 한다. 지붕 위에 지붕을 더하는 짓이다. 중국엔 '옥상안상(屋上安床)'이라는 말도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참 신설도 잘하고 폐지와 변경에도 능사다. IQ 세 자리 수 모든 국민 중 정부 부(部) 처(處) 청(廳) 이름을 모두 외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지 모른다. 중소벤처기업부 미래창조과학부 새만금개발청에다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라는 것도 있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部는 법무부와 국방부밖에 없다. 그마저 '엄정법무부' '철통국방부' 쯤으로 바꾸는 게 어떤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