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이 인천 연평도 조기파시(波市)가 번성했던 시절을 기억할 유일한 흔적인 '조기 간통'의 민속학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연평도 파시가 한창일 때 조기를 소금에 절이기 위해 섬 곳곳에 있던 간통은 모두 사라졌다고 알려졌었다.
그러다가 2년 전 연평도의 한 가정집 마당 텃밭에 조기 간통이 남아있는 것을 지역주민이 발견(2015년 7월 9일자 1면 보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2019년 인천 민속문화의 해' 사업의 일환으로 올 1월부터 연평도에서 조사활동을 벌여온 박물관 조사팀이 조기 간통 1곳을 추가로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지금까지 연평도에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조기 간통은 2015년 발견한 장소를 포함해 총 2곳이다.
국립민속박물관 조사팀이 새로 발견한 조기 간통은 개인이 소유한 창고 바닥에 있어 연평도 주민 대부분이 그 존재를 몰랐다고 한다. 연평도는 조선 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1960년대 말까지 국내 최대 조기 어획지였다. 조기파시가 번성할 때는 어선과 상선 3천여 척이 연평도로 몰려 그야말로 '황금기'를 누렸다.
조기 간통은 연평도 근해에서 잡은 참조기를 소금을 넣어 절이기 위한 일종의 탱크다. 염장한 조기는 해변에 말려 굴비로 만들어 서울, 평양, 개성, 인천 등지로 팔려나갔다. 하지만 현재는 조기의 씨가 말랐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달 중 현장조사를 마무리하고, 내년 3월까지 연평도 어촌생활조사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조기 간통의 민속학적 가치를 포함한 과거 조기파시, 현재의 꽃게잡이, 피란민과 원주민 생활, 해병대 가족 생활상 등을 보고서에 담을 예정이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는 "연평도 조기파시를 실증할 자료가 턱없이 부족했는데, 새로 발견된 조기 간통 2곳은 연평도 조기 어로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인천 민속문화의 해 사업을 통해 조기파시의 기억을 재조명하겠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