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죽은 꽃밭
16일 오후 인천시 서구 연희동의 한 화훼단지가 오염이 의심되는 농업 용수로 인해 농작물이 죽어 황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지하수에서 원인불명 악취
"식물 고사" 주민 피해민원
인천시 '철분 과다' 추정에
서구 보건연 수질검사의뢰


인천의 한 화훼단지에서 '지하수가 오염돼 식물이 죽고 있다'는 민원이 제기돼 인천시가 실태 조사에 나섰다.

지난 15일 오후 1시께 찾은 서구 연희동 49 일대 화훼단지. 화환제조업체 대표 김모(45)씨가 지난 14일 오후 5시께 지하수를 받아 놓았다는 양동이 수면에는 기름 같은 띠가 섞여 있었다. 원인 모를 냄새로 코를 찔렀다. 지하수가 나오는 수돗가는 3개월밖에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수도 주변 시멘트가 빨갛게 변해 있었다.

단지 내 농가는 지하수로 인해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 이곳에 입주한 김씨는 이 물을 쓰면서 식물이 잘 자라지 않아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김씨는 "꽃들을 물에 담가 놓고, 꽃을 피워야 화환에 쓸 수 있는데 이곳 지하수에서는 꽃망울만 피운 채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며 "12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일대에서 아로니아(Aronia) 밭을 운영하고 있는 한 농장주도 식물에 농업용수를 줬더니 오히려 다 죽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15일 찾은 이 밭에서는 정상적으로 자란 아로니아를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말라 죽거나 성장이 제대로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이 농장주는 "불과 50m 떨어진 다른 아로니아 밭은 물을 주지 않고도 잘 자라고 있는데, 이와 너무 대조적"이라며 지하수 오염을 의심했다.

이 지역은 상수도가 닿지 않는 곳으로 지난 4월, 농업용수를 목적으로 2개의 관정이 마련됐다. 두 곳 모두 지자체의 사용 허가를 받았다. 허가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수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이어지자 인천시와 서구가 실태 조사에 나섰다.

16일 현장을 조사한 관계자들은 모두 지하수 내 '철분 성분 과다'를 의심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정확한 성분 검사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기름이 섞여 있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며 "물을 일정 시간 보관하면 빨갛게 변하는 현상 등으로봐 물속에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그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농도의 철분이 식물에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순천대학교 박기영 생물학과 교수는 "철분 띠가 생길 정도라면 물속에 상당히 많은 양의 철분이 함유된 것"이라며 "고농도의 철분은 식물의 산화 반응을 촉진시켜 식물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구는 17일 시료를 채취해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수질 검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