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사업장 14건중 9건 집중
골육종·백혈병 등 유발 물질
스트론튬 국내처리시설 없어
업체 관계자 "안전하게 보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인천에 있는 제철 기업들이 방사선량 기준치를 최고 86배나 초과한 고철을 사업장 내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 결과 확인됐다. 특히 현대제철 인천공장이 보관하던 고철에서는 국내에서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된 고독성 방사성 물질(스트론튬)이 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자유한국당 김정재 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재활용고철업체별 방사능 오염 물질 검출 및 조치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철강업체 고철에서 발견된 방사능 오염 물질은 총 84건으로 이 중 70건은 방사능 폐기물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별도의 방사능 물질 매립 시설에서 적법하게 처리됐다.
하지만 14건의 방사능 오염물질은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재 철강업체에서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각 사업장에 방치돼 있는 방사능 오염 고철 14건 중 현대제철 인천공장(6건)과 동국제강 인천공장(3건)에서 보관하고 있는 것이 총 9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현대제철 인천공장이 반입한 고철에서는 지난해 6월 고독성 방사성물질인 스트론튬(Sr-90)이 환경 방사선 기준(0.350μSv/h)을 86배나 초과해(33.1μSv/h) 검출되기도 했다.
스트론튬은 고독성 방사성물질로 미량이 인체에 노출되거나 축적되기만 해도 뼈에 종양이 생기는 골육종이나 백혈병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정밀조사결과 스트론튬에 오염된 고철은 국내에서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없어 지금까지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임시 보관되고 있다.
동국제강 인천공장에서도 올해 들어 방사선량 환경기준을 초과한 오염 물질 3건이 발견됐지만 현재 공장 내부에서 보관하고 있다.
통상 이들 철강 회사들은 외국에서 고철을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수집한 뒤 이를 용광로에 녹여 자동차나 건설자재로 사용되는 철강 제품을 만든다. 세계 각지에서 고철을 수집하다 보니 방사능에 오염된 고철들이 사업장 내부로 들어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생활주변 방사능 안전관리법)에 방사능 오염 물질에 대한 처리 규정은 있으나 언제까지 조치해야 한다는 기한이 명문화돼 있지 않고, 현대제철의 경우처럼 중준위 이상의 방사능 오염 물질이 반입될 경우 국내에서는 처리할 곳이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만 처리할 수 있는 경주 월성 방폐장이 유일한 시설이다.
이런 제도적 문제 때문에 철강 기업들이 방사능 오염 물질을 처리하지 않고 사업장 내에 쌓아두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방사능이 검출된 고철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조치했다"며 "방사능 오염 고철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도 "인천공장에서 발생한 3건의 오염물질 중 1건은 반송 절차가 진행 중이고 2건은 안전하게 임시로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호·윤설아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