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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정 구속이 6개월 연장되자 14일 중국 인민일보가 보도했다. 박 피고가 '증거를 지우고 훼손할까(證據銷毁) 염려해 구속을 내년 4월 16일까지 연장(延長羈押)했다'는 거다. 기압(羈押)은 굴레를 씌워 붙든다는 뜻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그녀의 목 굴레는 보이지 않건만…. 일본 아사히신문도 '굽을 구(勾)'자를 써 '勾留延長(구류연장)'이라고 했다. 형의 일종인 拘留와 구별해 '未決勾留'라고 한다. 어쨌건 구속기간 연장은 잔인했다. 재판과정의 그녀는 '차갑지 않은 시체(未冷屍), 걸어 다니는 시체'다. 더 이상 아무런 희망도, 영예와 영화 찌꺼기도 없는 허깨비에 불과하다. 그런 그녀가 뭘 더 바랄 게 있어 무슨 증거를 없앤다는 건가. 뇌물 건도 그렇다. 최순실 커넥션을 사전에 간파, 단절 못한 게 문제지 사적인 뇌물 추구로는 보기 어렵다.

구속기간 연장 후 처음 열린 16일 공판에서 그녀가 처음 입을 열었다. 모든 책임을 자기가 지겠다며 기업인과 공직자에겐 관용을 바란다고 했고 정치보복은 자기를 끝으로 마침표를 찍자고 호소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될까. 적폐 청산 명목의 과거 죽이기, 정치 보복에 혈안이 된 문재인 정권이 그러자 할까. 국정원 댓글이다 뭐다 MB 죽이기 문건은 뭐가 그리도 많고 끝도 없는 '박근혜 세월호'는 도대체 언제까지 우려먹을 참인가. 아직도 규명할 진상이 남았나. 그녀가 제왕적 대통령(imperial president)이었다면 문재인도 심상치 않다. 40년 귀중한 원전기술 노하우를 자신의 말 한 마디로 없애려 들고 정규직 채용과 월급 인상은 기업 사정이지 대통령이 간섭할 게 못된다. 그건 사회주의 발상이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강행도 이념과 코드가 맞는 인사로 사법부를 장악하려는 게 아닌가.

지난 5월 중국 언론은 '노무현의 그림자(盧武鉉之影)가 총통(대통령)이 됐다'고 했고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일본대사는 최근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 좋았다'는 저서에서 문재인을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말대로 과거 죽이기 보복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일본 언론 표기처럼 'ムンジェイン(問題人)'을 면하려면….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