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가 지방에 일방적으로
사업 떠넘기지 못하게 하고
위임땐 필요경비 전액 부담해야
국세-지방세 6:4까지 개선위해
증세 한다면 소득·법인세 대신
지방소득세율 인상하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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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
문재인정부가 강력한 재정분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국정운영 5개년계획에서 국세-지방세 비율을 7:3을 거쳐 6:4까지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구체적 방안이 나오기도 전에 일부 지역신문에 세원이양은 반대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방재정의 문제점에 대한 부정확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한국 지방행·재정의 구조적 문제는 중앙-지방정부의 역할분담이 모호하고, 획일적이며, 중층적 이중행정이 만성화되어 있어 자율성도 낮고 책임성도 낮다는 점이다. 주민에 직결된 공공서비스는 가까운 기초정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보충성원칙은 교과서에만 존재한다. 주요 권한을 중앙정부가 장악하고 실제 집행은 지방정부가 맡고 있다. 통제경로는 기관위임사무와 사무·사업을 강제하는 의무강제(예: 의무보육/기초연금/누리과정)가 핵심이다.

통제기제는 재정 면에서 더 강하다. 실제 사무권한의 크기를 보여주는 실질적 재정사용액을 보면(2017년도 예산), 중앙-지방정부의 비율이 40:60이다. 반면 국세-지방세 비율은 77:23이다. 즉 총세출의 60%를 지방이 집행하는데(교육재정 18.7% 포함), 지방세 비중이 23%이니 나머지 37%는 중앙정부가 통제하는 교부세/보조금 등으로 조달된다. 지방교부세는 재정력격차의 조정재원인데 배분방식의 문제로 인해 과잉재분배가 발생한다. 국고보조금은 중앙정부 사업을 떠맡는 비용인데 재원의 일부만 보조해서 자체수입을 보태야 한다. 자율적 사업에 충당해야 할 자체수입이 국가사업에 동원되는 현실이다.

재정분권은 중앙-지방정부 간의 재정관계에 내재된 통제기제를 제거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첫째, 기관위임사무를 폐지하고, 중앙정부(국회 포함)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강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방에 사무를 위임할 때는 필요경비를 전액 부담케 해야 한다. 즉 국고보조금에 대한 지방비부담의무를 폐지해야 한다.

둘째, 국세-지방세 비율을 6:4까지 개선하려면 세원을 재배분해야 하는데, 증세를 고려한다면, 소득세/법인세 대신 지방소득세 세율을 인상하는 것이 낫다. 지방소득세 인상으로도 부족하면, 지방소비세와 재산보유과세 순으로 인상한다. 지방복지지출의 확충을 위한 재원이므로 주민설득이 더 쉽다.

증세가 어렵다면, 실질재정사용액 비율 6:4를 유지하면서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이다. 국고보조금 일부를 폐지하고 그만큼 지방세로 이양하고, 지역 간 세수격차는 지방교부세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이때 지방세의 몫을 40%까지 높이려면 반드시 교육교부금의 일부를 지방교육세로 이양해야 달성 가능하다. 지방교육재정은 수업료 이외엔 모두 이전재원으로 조달되고 주민감시기제도 취약해 재정책임성과 지출효율성이 문제로 제기된다.

그런데 재정력이 빈곤한 지역은 세원이양에 무조건 반발한다. 수도권과 대도시에 세수가 집중된다는 것이 이유이다. 얼핏 타당해보이지만, 일면적이다. 첫째, 지역 간 세수격차는 제도설계에 따라 줄일 수 있다. 예컨대 누진적 지방소득세를 비례세로 바꾸면 된다. 둘째, 이미 지방교부세와 지방소비세는 재정력을 고려해서 배분한다. 과거의 세출규모를 기준으로 배분되는 교부세는 인구가 절반이하로 줄어도 공무원수와 세출규모가 줄지 않는 비효율을 온존시킨다. 세입능력을 기준으로 배분하는 공동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거이다. 셋째, 인구의 대부분이 수도권과 대도시에 살고 있고, 주민의 삶의 안전을 위한 도시재정문제도 심각하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요약하면 전국 획일적인 현행 지방제도를 지역특성에 따라 세분해서 설계해야 한다. 특별시와 광역시가 다르고, 대도시-중소도시-군이 다르다. 적어도 지방세제를 다섯 가지 틀로 만들면, 세출수요와 재정력을 고려해서 세목을 배분할 수 있다. 그리고 재정조정은 표준행정수요를 도출하되 세입능력을 전국 평균수준까지만 보장해서 재정책임성을 요구해야 한다. 과도한 재정력 균등화는 재정책임성과 지출효율성을 해친다. 열린 토론이 필요하다.

/이재은 수원시정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