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유 산물 아닌 사회구성원간 갈등 결과
타인 배려·불쾌감 안주는 노력 순전히 주인몫

이 설문조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믿어야 할까? 단순히 반려견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뭔가 석연찮다. 애견인들이야 반려견 놀이터에 놀이용 계단과 사다리, 물놀이장 등 놀이시설과 급수시설까지 갖추어진다니 더 없이 반길 일이겠지만, 소중한 세금으로 사람도 아닌 개를 위한 시설을 만드는 것에 대한 반감 또한 상당할 터인데 말이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반려견을 키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비애견인 또한 상당수다.
혹시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만 설문조사에 응한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어 다시 설문결과를 들춰봤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역시 의외였다. 찬성이 63%로 반대 37%를 훨씬 웃돌았다. 그렇다면 설문조사 결과에 어떤 함의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궁금증은 반려견 미소유자들이 꼽은 찬성 이유에서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었다. 반려견 미소유자의 상당수가 '비애견인과 반려견의 접촉 빈도 완화', '무서움 등에 따른 안전 확보' 등을 찬성 이유로 꼽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응답이 찬성 이유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반려견 놀이터 찬성이 단지 반려견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한 듯하다. 한마디로 반려견과의 '격리'를 원하는 비애견인들의 심리가 일정 부분 반영된 설문결과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아니나 다를까. 인천시가 밝힌 반려견 놀이터 조성 취지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려견을 둘러싼 각종 분쟁과 민원을 줄이기 위해 반려견 놀이터 조성을 추진했다는 게 인천시의 설명이다. 실제로 올해 6월 현재 인천지역에서 발생한 개물림 사고 건수는 147건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애견인들은 반려견 놀이터 조성을 보다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할 듯싶다. 반려견 놀이터가 동물애호적 관점이나 삶의 여유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진보적 도시문화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구성원간 갈등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갈등의 원인 제공자가 반려견이 아니라 반려견의 주인이라는 점(기자 또한 반려견의 주인이기에 감히 말할 수 있다)에서 더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잠'에서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나쁜 동물은 없어. 단지 배고픈 동물과 이미 먹이를 먹어 배가 부른 동물이 있을 뿐이야."
동물은 본능대로 행동한다. 개의 목줄을 풀어놓고 "우리 개는 물지 않는다"고 말하는 자체가 모순이다. 반려견을 키우면서 타인을 배려하고, 불쾌감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순전히 주인의 몫이다. 내년이면 조성될 반려견 놀이터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임성훈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