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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연설도 10분이 맥시멈, 30분이면 하품 터진다. 그런데 중국 시진핑(習近平) 총서기(국가 주석)가 장장 3시간30분간 연설했다. 지난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된 중국공산당제19차당대회의 시 주석 개막연설은 오전 9시에 시작, 12시30분에 끝났다. 아무리 '만만유유(慢慢悠悠)'가 몸에 밴 중국인이지만 3시간 반이라니! 단상에 나란히 앉은 당 대표들까지도 끝내 참지 못해 화장실에 들락거렸고 91세 전 총서기 장쩌민(江澤民)은 수도 없이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면서 거의 무너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시 주석은 후진타오(胡錦濤) 전 총서기의 "(연설이)길었네요" 한 마디에도 쓴웃음만 지어 보였다. 그의 길고긴 연설은 패기만만 자화자찬이었다. 구미와는 달리 독자적인 '사회주의 현대화'로 지상 최강국을 건설하겠다는 포부였다. 그 중국 꿈(中國夢) 실현을 2035년까지로 잡았고 미국을 제친 1등 강국 부상을 2050년으로 내다봤다.

그런 시 주석 우상화가 한창이다. 당 대회 폐막 전날인 내일엔 당 규약을 개정하고 그 새 규약에 시진핑 이름과 함께 사회주의 강국 실현이라는 그의 사상을 포함시킨다는 거다. 그는 이미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 반열에 올랐고 '시(習) 아저씨 시 아저씨 전 인민이 지지해요, 온 세계가 경애해요!'라는 '시따다(習大大) 찬가'까지 열창 중인가 하면 베이징 시 중심부 공원 등엔 그 찬가가 인쇄된 대자보까지 붙어 있다. 모레 폐막되는 이번 19기 중앙위원회에서는 새로운 정치국상무위원과 정치국원이 선정되고 그들과 함께 시(習) 지도부 제2기 체제가 확정된다. 그런 시 주석이 즐겨 하는 말이 있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는 거다. 그 앞 물결이 바로 미국이고 그 시기를 그는 2050년으로 잡은 거다. 30여년 후다.

그런데 어처구니없는 건 '이제 미국과 거의 대등한 전력에 다다랐다'고 큰소리치는 북한이다. 그들은 이번 중국공산당대회에 축전만 보냈을 뿐 3시간 반 동안 열변을 토한 시 주석 연설도 못 들었나 안 들었나. 참으로 한심하고 참담한 집단이 동족인 북한이다. 더욱 무서운 건 그런 북한을 감싸는 중국이고 30년 후 한반도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