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미국의 세 전직 대통령이 T셔츠 차림으로 어깨동무를 한 채 환히 웃는 모습으로 찍은 사진은 부럽다 못해 거의 충격적이었다. 빌 클린턴(민주당·1993~2001년 재임)과 조지 W 부시(공화당·2001~2009년), 버락 오바마(민주당·2009~2017년)가 뉴저지 주 저지시티 리버티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프레지던츠컵 행사에서 관중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 그랬다. 그들은 모두 연임에 성공, 8년씩 공평하게 집권한 후 야당에 정권을 인계했는가 하면 덕담 편지로 후임자를 격려했고 신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업적을 기렸다. 그런데 지난달 그 시점, 한국 정치판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가. 서울시장 박원순은 MB가 노무현에게 정치 보복을 했다며 MB를 고발했고 야당의 정진석 의원이 '무슨 소린가. 그는 부부싸움 끝에 자살했다'고 하자 노무현 아들이 정 의원을 사자(死者)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판국이었다.
어제 아침 신문엔 더욱 놀라운 미국 전직 대통령들 사진이 실려 확 눈길을 끌었다. 지미 카터(39대) 조지 부시(41대) 빌 클린턴(42대) 조지 부시 2세(43대) 그리고 버락 오바마(44대) 등 생존한 미국 전직 대통령 5명이 흔쾌히 어울린 모습이었다. 그들은 허리케인 하비(Harvey)와 어마(Irma)로 엄청난 피해를 본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및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이재민을 돕기 위한 자선음악회(A&M대학)에서 만났다. 더욱 놀라운 건 지미 카터와 조지 부시가 93세 동갑이라는 점이고 조지 부시 부자 대통령이 함께한 모습이었다. 우리 전직 대통령들은 어떤가. 병석의 노태우를 빼면 전두환과 MB, 박근혜가 전부다. 지독히 멋진 환상 한 컷 그려 본다. 퇴진 후의 문재인 대통령이 그들과 명도(明度) 드높게 어울리는 바로 그 모습이다. 가능할까. 하늘이 세 쪽 나도 불가할 게다.
미국 전직 대통령들 모습이야말로 마치 한국 정치판 인사들 좀 보라는 듯한 시위 같지 않은가. 적폐 청산이다 뭐다 과거보복 망집증(妄執症)이 중증(重症) 같지 않은가. 노무현 뇌물 건에다가 DJ 노벨상 취소청원 건은 또 뭔가. 세월호다 광주민주화운동이다, 도대체 어느 세월까지 우려먹을 것이며…. 50년? 100년?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