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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원 경제부 차장
필자는 사용하는 모든 시계를 정각보다 5분이 빠르게 설정해둔다. 5분이 약속 시간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물리적으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대개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다.

가끔은 5분 빨리 해놨다는 사실을 잊을 때도 있기 때문에 필자의 시간은 항상 5분이 빠른 셈이다.

얼마전 모 출입처에 시계를 보고 필자와 같은 시간이길래 굳이 왜 5분 빨리 해놨냐고 물었다. 그 곳의 시계는 2개인데 하나는 5분이 빠르고, 하나는 5분이 느리게 설정해놨다.

우문현답이라고 답은 간단했다. 5분 빠른 시계는 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에 보면 '밥 먹을 때가 왔다', '이제 곧 퇴근이다' 빨리 갈 수 있겠다는 것이고, 5분 느린 것은 '벌써 이만큼의 시간이 흘렀다', '일을 많이 했구나' 뭐 그런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5분 빨리 집에 가거나 밥을 빨리 먹는 것은 아니지만 심리적으로 이제 곧 그 시간이 다가온 것을 느끼면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5분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낀다니 '꽤 멋진 일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약속 시간에 늦지 않겠다고 시간을 빨리 설정해 둔 것이었지만 그 시간을 바라보는 생각에 따라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마인드가 멋졌다.

살아가면서 많은 약속이 생기고 그 약속 시간에 늦는 것을 두고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연인은 이러한 이유로 크게 다투기도 하고 때론 헤어짐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약속이라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약속 시간에 조금 일찍 도착해서 안도의 한 숨을 쉬고 주변 풍경을 둘러봤을 때 '이런 것도 있었나?', '오늘은 날씨가 좋다' 그런 생각을 한 기억이 떠올랐다.

5분, 짧을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잠시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으로 충분한 시간이기도 하다. 문득 매일 지나다니는 길에 핀 들꽃, 일상에 지쳐 단풍이 든 것도 모른 채 지나다니던 출근길에서 가을이 느껴지는 그런 시간 5분이면 충분하다.

일상에 지쳐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다면 늦지 않았다. 단풍이 곳곳에 물들어가고 있다. 일상에서의 힐링 5분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최규원 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