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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Million Dollar Baby)'는 미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겸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으로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아카데미상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딸과 의절한 채 살아가던 한 권투 트레이너가 친딸처럼 여기던 선수의 부상과 죽음 앞에서 윤리적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왕년에 잘나가던 컷맨(지혈 전문가)인 '프랭키'는 돈도 안 되는 체육관을 혼자 운영하며 권투 선수들을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 날 '매기'라는 여자가 찾아와 자신을 선수로 키워 달라고 한다. 프랭키는 "여자 선수는 안 키운다"고 매몰차게 거절하지만 그녀의 열의에 감동해 결국 트레이너가 돼주겠다고 한다. 이후 매기는 연전연승하게 되고 두 사람은 웰터급 세계 챔피언을 준비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매기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상대 선수의 반칙으로 허리를 심하게 다쳐 전신마비 상태에 빠지고 만다.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상태에서 매기의 몸은 점점 썩어들어갔고, 급기야 한쪽 다리까지 잘라내야 할 상황이 되자 매기는 프랭키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이를 극구 거절하던 프랭키는 매기의 거듭되는 부탁에 결국 그녀에게 아드레날린 주사를 놓아준 뒤, 병원을 나서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연명의료결정법(일명 존엄사법)'을 앞두고 최근 시범사업이 실시 됐는데, 관계부서로 문의전화가 폭주하고 말기 암 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한 첫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이 많다는 방증이다. 해당 법률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세가 악화 돼 사망이 임박한 환자가 연명의료(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를 합법적으로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률 전문(前文)에는 '환자의 자기 결정을 존중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적혀 있다. "우리는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죽을 권리라도 있어야 한다"는 어느 시인의 말도 있지만, 존엄사는 분명 자살이나 안락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다. 관련법이 악용되지 않고 선의로만 쓰이길 기대한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