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국토교통위와 행정안전위의 국감을 마친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허탈해 했다. 밀려드는 국회 요구자료를 마련하고 국감을 준비하느라 한 달여간 밤잠 못 자 가면서 일을 했는데, 노력한 것만큼 뚜렷한 성과가 없는 것 같다는 하소연이다.
국회가 이번 인천시 국정감사를 앞두고 요구한 자료는 2천 건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요구자료를 작성하고 보내주는데 시정 업무가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이 생긴 뒤 처음이라면서 온 나라가 들떠 있던 열흘에 가까웠던 추석 연휴도 남의 일이었다.
국회 상임위가 요구하는 사무공간 확보와 시설물 임대, 음식점 섭외 등 부차적인 일도 해야 했다. 공통요구자료와 의원별 요구자료 제작, 방송·전산장비 임차 등에 인천시는 6천만원 가까운 비용을 들여야 했다. 국감 준비 과정에서도 피감기관인 인천시는 여전히 '을'일 수밖에 없었다.
국회의 현장 국감에서 제기된 내용은 대부분 국회의 지자체 국정감사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었다. 관련 법상 '국가위임사무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자체 감사 범위를 정하고 있지만, 송도 6·8공구 개발사업 특혜의혹, 검단스마트시티 사업 무산, 제3연륙교 지연 문제 등은 국가위임사무도, 정부가 보조금 등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도 아닌, 인천시 자체사업들이었다.
이들 사안은 앞서 감사원 감사를 받았거나 인천시의회가 조사특위를 구성해 조사 중인 사안이다. 이 때문에 중복 감사가 아니냐는 얘기도 많았다.
현안에 대한 개선방안이 제시되기는커녕, 이미 무산돼 정리가 끝난 검단스마트시티 사업을 놓고 "이제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하는 등 사안의 진행사항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국회의원의 어처구니없는 지적도 나왔다. 질의시간 15분 정도론 대안을 제시하는 데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은 '지자체 국감 무용론'을 지속해서 나오게 한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국회의 지자체 국정감사가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 수준만도 못하다는 얘기가 나올 것 같다.
/이현준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uplh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