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 폭언 담요 빼앗아
종교무시 부실식단 제공도
법무장관 "개선 조치할 것"


한국에 입국해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들이 수용되는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무차별적인 인격침해와 폭언이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창원 성산구)이 31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한 영상을 보면 인천공항 송환대기실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이 난민신청자가 덮고 있는 담요를 수거하는 과정에서 "야 이 O새끼야 집에 가. XX새끼들아 유 고 홈. 여기가 니네 놀이터야 O새끼야. 죽여버릴라"라는 폭언을 했다.

이 관리자는 난민신청자가 담요를 계속 덮으려고 반납을 하지 않자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퍼부었다고 노 의원은 설명했다.

또 다른 영상을 보면 송환대기실 측이 종교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음식을 주는 바람에 고기를 먹지 않는 수용자들이 햄버거에 든 패티를 빼고 빵만 먹는 장면이 나온다.

또 햄버거와 콜라만 나오는 부실한 식단을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수용자의 모습도 담겨있었다. 이 영상은 난민신청자가 인천공항 송환대기실에서 촬영한 것을 노 의원이 입수한 것이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한국에 입국해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할 경우 난민심사에 넘길 것인지 말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약식으로 진행한다.

대개 난민신청절차에 회부 되지 않은 외국인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데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곳 공항 송환대기실에 '무기한' 체류한다. 이 과정에서 난민신청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2015년 11월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위원회는 구금 기간의 법적 상한이 없는 것과 열악한 시설 환경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을 통해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은 187명이고 이 중 57명만 난민심사에 회부됐다.

노 의원은 "유엔 인권기구에서도 지적한 사항이기 때문에 구금기간과 열악한 환경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난민송환대기실의 시설 보완 작업이 진행중"이라며 "세세한 부분에 있어서도 송환대기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적 요소가 개선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재기자 k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