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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끄덩이를 휘어잡고 싸우는 여자들의 머리끄덩이는 한데 뭉친 머리끝을 가리키지만 여자들 머리 패션은 고래(古來)로 다양했다. 여염집 아낙의 쪽찐 머리서부터 사극(史劇) 속 중전마마의 '큰머리'와 빈(嬪) 또는 빈궁(嬪宮) 등의 어여머리, 사대부집 아낙이 예장(禮裝) 때 트는 또야머리 하며…. 감옥에 갇힌 춘향이의 풀어헤친 쑥대머리, 풀머리는 또 어떤가. 여자애들도 흔히 꼭뒤에다 틀어 붙인 트레머리나 귀밑머리를 땋은 첩지머리를 했고 단발은 드물었다. 남자들 머리 패션도 가지가지였다. 떠꺼머리총각의 길게 땋아 내린 머리나 텁수룩한 머리, 길게 늘어뜨린 말총머리, 어른들의 상투머리 등. 또 길고 더부룩한 머리를 도가머리, 길게 자라 더펄더펄한 머리를 '중다버지'라 했고 아래만 돌려 깎은 더벅머리를 활새머리라고 불렀다.

중국영화 속 남자의 삐엔파(변髮:변발)는 뒤통수에만 동그랗게 머리를 남긴 채 길게 땋아 내린 헤어스타일이고 일본 사극에 등장하는 사무라이(무사)들의 정수리가 훤한 그 특유의 상투 머리는 '촌마게'라 부른다. 메이지(明治) 이전의 남자들 두발이 그랬다. 요즘도 할리우드 액션스타 스티븐 시걸(Seagal)은 땋은 머리가 트레이드마크고 코이즈미(小泉) 전 일본 총리는 베토벤 머리가 특색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독수리머리, 북한 김정은 머리는 미국 원주민인 모히칸(Mohican)족 같다는 것이고. 다 좋다 치자. 조랑말 꼬랑지머리든 요즘 부쩍 느는 달걀머리든. 빨강 파랑 노랑 염색머리까지도…. 그런데 두발이 이마와 눈썹까지 뒤덮는 머리 패션만은 영 글렀다. 꼭 4만 년 전 멸종한 이마 없는 네안데르탈인이 부활한 모습 같지 않은가. 청년들 머리뿐 아니라 중년까지도 대유행이다.

지난 8월 사망한 전자기타 폭 가수 조동진의 영정사진은 눈썹까지 없었고 그저께 국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도 이마~눈썹까지 보이지 않았다. 네이버를 창업한 걸출한 머리(頭)와 이마를 왜 머리로 덮어 감추고 있는 것인가. 이해진, 그 이름은 또 뭔가. 한글 표기 이해진은 꼭 '너덜너덜 해진'의 '이 해진…'같지 않은가. 李海鎭 또는 李海眞으로 표기한다면 그럴 듯할 터이건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