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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 때문에 문화와 관련된 기구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원래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연합국 교육장관들이 영국 런던에 모여 전쟁으로 황폐해진 교육의 재건을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던 중 만들어진 국제기구다. 각국 대표들이 여러 차례 논의 끝에 교육, 과학, 문화분야를 통해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국제기구를 창설하기로 뜻을 모았고, 1945년 11월 16일 37개국 대표가 런던에 모여 '국제연합 교육, 과학, 문화기구(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의 헌장을 채택하고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UNESCO가 만들어지게 됐다.

프랑스 파리에 본부가 있는 유네스코에는 현재 195개 정회원국과 9개 준회원국이 가입돼 있는데, 미국이 지난달 돌연 유네스코 탈퇴의사를 공식 선언했다. 미 국무부는 "유네스코의 체납금 증가, 유네스코 조직의 근본적 개혁 필요성, 유네스코의 계속되는 반이스라엘 편견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탈퇴 결정은 내년 12월 31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출범 이후 유네스코 탈퇴 의사를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긴 했지만 미국의 진짜 탈퇴 이유는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유대인(Jew)'들의 힘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과 유대교 공동 성지 관리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 7월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 구시가지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해 유대인들을 분노케 한 것이다. 미국은 유네스코에서 가장 많은 회비(22%)를 분담하는 국가였는데, 두 번째로 많은 회비(9.7%)를 분담하던 일본이 이제 제일 많은 회비 분담 국가가 됐다.

그리고 지난달 말 '일본군 위안부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무산됐다. 일본은 유산 등재를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고, 유네스코는 일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겠다는 유네스코가 자본의 논리에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