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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준 부천시 정책팀장
부천시가 지난 1일 동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지정됐다. 좀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부천에 유명한 문인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출판단지 같은 기반이 있는 것 아닌데 도대체 왜 유네스코는 부천을 문학창의도시로 지정했을까?

아마 부천이 유네스코 창의도시를 하나의 상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는 유네스코와 에덴버러, 더블린, 프라하, 바르셀로나 같은 기존 문학창의도시들이 인정하는 부천의 도시철학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시는 생명체와 같아서 태어나서 성장하고 쇠퇴하는 과정을 겪는다. 역사와 전통, 우수한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발전해온 도시도 있지만 대부분의 근대 도시들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왔다. 산업화는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을 제공하였으나 공해발생, 환경문제, 빈부격차 등 부작용도 초래했다. 특히 역사와 전통의 기반이 취약한 신생 공업도시들은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문화와 정체성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쇠퇴한다. 이러한 문제를 문화와 창의성으로 극복하자는 것이 창의도시이다. 유네스코는 2004년부터 창의도시 네트워크(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활동을 통하여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업화를 통해 성장한 국가이다. 특히 부천은 그 압축성장의 축소판이다. 부천은 서울에 접한 지리적 장점으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산업화를 통해 압축성장한 부천은 서울의 위성도시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잠시 머물다 떠나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90년대까지에는 신도시 개발로 성장 동력을 이어 갈 수 있었으나 점차 가용 토지의 부족과 산업 환경의 변화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부천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정책은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문화와 창의성을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의 핵심요소로 본 것은 유네스코와 부천시의 생각이 같았다. 부천은 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문화정책을 추진해왔다. 지난 20여 년 동안 축적해온 문화사업, 교육, 도서관 그리고 시민역량을 결집해주는 구심점이 없을까? 여기서 찾은 답이 유네스코 창의도시였고 그 중에서도 문학이었다. 부천의 문학창의도시 슬로건이 '삶을 바꾸는 문학의 힘'이다. 부천이 공업도시를 거쳐 문화도시로 성장해 온 힘을 책을 읽는 시민들의 역량으로 보았다. 책을 읽는 시민 그리고 그러한 환경을 만들어 가려는 부천시의 정책에 유네스코와 기존 문학창의도시들이 동의한 것이다.

부천은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를 준비하면서 그 동안 잠자고 있던 많은 문학적 자원과 문화역량을 발굴해냈다. 변영로, 목일신, 펄벅, 양귀자, 정지용 등은 부천과 인연을 맺은 문인들이다. 또한 걸어서 10분 이내 도서관과 교육사업은 시민들의 생활 속으로 아주 가깝게 다가가 있다. 부천은 문학창의도시 사업이 문학의 영역을 넘어서 영화, 만화, 음악, 애니메이션 등 다른 영역과의 활발한 교류와 상호작용을 기대하고 있다. 부천은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지정을 계기로 부천 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문학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국내외 도시들과 도시발전 경험을 공유하며 활발한 네트워크 활동도 해 나갈 계획이다.

/유성준 부천시 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