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늦은 '4차산업혁명' 과감·신속성 필요
돈 분배·순환 잘되는 내부경제 시스템 중요
오랫동안 곪아온 문제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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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경제부장
현재 우리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주가가 뛰고 수출이 역대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절대 아니라는 뜻이다. 침몰하는 거대한 배를 몇몇 구조선이 다시 건져 낼 수 없는 것처럼, 삼성전자나 현대·기아자동차 같은 몇몇 기업의 노력으로 한국 경제가 금세 힘을 내 일어설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 경제의 상태를 환자에 비유하자면, 오랜 영양실조와 혈액순환 장애로 골골 하는 중증 환자 정도 될 것 같다. 기본적인 체력이 바닥까지 떨어진 환자에게 영양제 한 두 방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내놓는 정책 한 두 가지로 경제에 활기가 돌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은 한 나라의 경제가 알아서 자급자족하는 시대가 아니다. 거대한 글로벌 시장과 맞물려 돌아가는 체제다. 우리 경제 역시 다르지 않다. 글로벌 시장이라는 엄청나게 큰 기계에 크고 작은 톱니바퀴들을 연결하고, 거기에 작은 톱니바퀴들을 잘 붙여서 '한국 경제'라는 기계가 구석구석까지 팡팡 돌아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 들이밀 크고 작은 톱니바퀴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가 하나고, '한국 경제'라는 기계의 내부가 매끈하게 잘 돌아갈 수 있느냐가 또 하나다.

첫 번째 것은 우리의 산업 경쟁력에 대한 얘기다. 산업 경쟁력은 사람으로 치면 '기초체력'과 비슷한 점이 많다. 평소에 꾸준한 운동으로 온몸을 골고루 발달시켜야 기초체력이 좋아지듯이, 지속적으로 공을 들여 육성을 해야 비로소 좋아지는 것이 산업경쟁력이다. 지속적으로 공을 들이지 않고 방치하면 운동을 안 한 사람처럼 체력이 떨어져 비실비실해진다. 우리 경제가 영양실조와 기초체력 부족 증상을 나타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가상현실과 같은 혁신기술들이 대표적인데,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이 같은 혁명적 변화를 예상하고 산업을 육성해 왔다. 독일이 지난 2011년 정부는 물론 학계와 기업들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인더스트리 4.0'을 구성한 것이나, 미국이 2013년부터 정부 주도로 '스마트 아메리카 챌린지' 사업을 추진해 온 것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겨우 지난달에야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출범했다. 그동안 세계가 거대한 물결에 속속 동참하고 있는데 사실상 넋을 놓고 있었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의 추세를 빨리 파악하고 관련 산업을 공 들여 육성해야 하는데 이미 한 발 늦은 것이다. 늦었으니 따라잡아야 하는데, 그러려면 과감하고 신속해야 한다. 그나마 정부가 연구개발과 기술혁신형 창업에 과감한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 다행이다. 연구개발과 창업은 산업 육성의 핵심이고 기본이다. 연구개발은 기술의 질을 높이는 것이고 창업은 기술의 저변을 확대하는 것인데, 두 가지가 서로 시너지를 내며 쉴 새 없이 확대 재생산을 할 때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경쟁력 있는 기술과 상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내부 경제 시스템이다. 산업이 아무리 잘 돌아가 돈을 펑펑 벌어도 그것이 한 군데 몰려 정체돼 있으면 다른 곳은 녹슬고 빈약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돈이 몰리거나 빠져나가지 않고, 골고루 분배되고 잘 순환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기적 요소에 돈이 몰리거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익 차이가 지나치게 벌어지거나, 개인들이 벌어들인 돈을 대출 이자 갚는데 쓴다면 톱니바퀴가 제대로 돌아갈 수가 없다. 역시 정부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나서고는 있는데 워낙 오랫동안 곪아 온 문제라 쉽지가 않다. 이런저런 문제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럴 때 방법은 딱 한가지다. 흔들리지 말고 똑바로 앞을 보고 갈 것.

/박상일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