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순방 첫 방문 국으로 일본에 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골프광이다. 그는 어제 오전 도쿄 요코타(橫田) 미군기지에 도착, 재일 미군에 잠시 의례적인 연설 후 곧바로 사이타마(埼玉)현 카와고에(川越)시 카스미가세키(霞ケ關) 컨트리구락부 골프장으로 향하면서 아베에게 제의했다. "마쓰야마 히데키(松山英樹)와 겨뤄 보고 싶다"고. 마쓰야마는 작년 10월 WGC HSBC 챔피언스에서 우승함으로써 4대 월드 골프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일본 선수로는 처음 기록을 세운 청년이다. 그 청년이 지난달 상하이 기자회견에서 '일본 총리와 미국 대통령 두 분과 함께 플레이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는 AFP통신 보도를 트럼프가 기억했던 거다. 트럼프는 아키히토(明仁) 천황도 만나고 1977년 13살 때 납북된 요코타 메구미(橫田めぐみ)의 모친도 만난다. 느긋하기만 한 모습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도 한유하기 그지없어 보였다. 1974년 제럴드 포드는 도쿄 닛폰부도칸(日本武道館)에서 일본 유도와 전통 씨름 스모(相撲)를 참관했고 1979년 지미 카터는 시즈오카(靜岡)현 시모다(下田)시에서 시민들과 미팅부터 했다. 로널드 레이건이 도쿄 교외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 별장인 히노데(日の出)산장을 방문한 건 1983년이었고 아버지 조지 부시가 나라(奈良)현 토이자라스(TOYS"R"US) 일본 2호점 개점식에 참가한 건 1992년이었다. 빌 클린턴은 1996년 도쿄 세타가야(世田谷)구 크라이슬러 판매점을 방문했고 아들 조지 부시는 2002년 도쿄 메이지징구(明治神宮)를 둘러봤는가 하면 오바마가 카나가와(神奈川)현 카마쿠라(鎌倉)대불(大佛)을 견학한 건 2010년이었다. 미국 대통령은 물론 미국인이라면 껌뻑 죽는 게 일본인이다. 트럼프보다 사흘 먼저 일본에 간 딸 이방카에 대한 아베 총리 등의 과공(過恭)은 목불인견이었고 늘씬한 미녀인 그녀의 여성기금에 무려 5천만 달러(약 550억원)를 기부한다는 거다. 2015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금인 100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다. 베이코쿠(米國)인에겐 과공이지만 한국인은 사뭇 깔본다. 그들 말로 '아나도루(侮), 미쿠다스(見下)'다. 화나지 않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