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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얼마나 좋은 지명인가. '다(咸) 거울(鏡)처럼 맑고 깨끗한 도'인 함경도에다가 '길(吉)한 고을(州)'이 길주군인가 하면 '풍년드는(豊) 땅 맑은 시냇물(溪) 마을'이 풍계리다.

풍계리 주민은 그 맑은 물을 마시며 살았다. 그런 풍계리를 핵실험장으로 오염, 망쳐버린 죄야말로 천벌을 면치 못할 게다. 6차례나 핵실험을 강행,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버린 대죄 말이다.

한 북한연구단체(전 통일비전연구회)가 최근 길주군 출신 탈북민 21명을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항문과 성기가 없는 기형아가 태어나고 원인 모를 두통 등 귀신병에 시달리는가 하면 풍계리 산천어는 씨가 마르고 묘목을 심어도 거의가 죽는다는 거다. 탈북 작가 김평강(53)씨도 엊그제 비슷한 증언을 했다. 그뿐인가. 일본 テレビ朝日(TV아사히)은 '거듭된 핵실험으로 지하 갱도가 붕괴, 200여명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그러나 북한국영 조선중앙통신은 TV아사히 보도를 중상모략이라며 즉각 부정했다. 그럼 이런 경고도 묵살하고 부정할 건가. '한 번만 더 핵실험을 할 경우 산 정상부터 붕괴돼 지하 방사능물질이 대량 대기 중으로 분출될 위험이 크다고 중국 과학원 고위 과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려했다'고 보도한 지난 10월 29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사 말이다. 하지만 북한은 또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을 발사할 징후라는 게 지난 2일 국회정보위원회의 국정원 보고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5개국 순방과 연쇄 정상회담의 메인 테마와 어젠다(agenda)는 단연 노스코리아 핵이고 미사일 위협이다. 그러나 전쟁이 아닌 평화적 해법을 찾자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도 대북 압박과 제재밖에 방도가 없다는 거 아닌가.

그런데도 미국 대통령의 오늘 방한을 반대하고 '전쟁 반대, 한·미동맹 철폐'를 외쳐댄 시위대의 정체는 뭔가. 어제 낮 중국 CCTV는 '한국인 수천 명이 전쟁을 반대했다(數千韓國民衆走上街頭反對戰爭)'고 과장 보도했지만 북한의 적화통일 야망을 막아줄 동맹은 미국뿐이다. 동맹철폐라니, 그런 다음 어쩌자는 건가. 김정은 꽁무니를 따라붙자 그건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