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에 맞춰 인천 지역에서는 부평 미군기지의 다이옥신(1급 발암물질) 오염과 관련해 미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환경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반환 예정인 부평 미군기지의 다이옥신 오염 사실을 최근 공식 발표했다. 그러면서 1급 발암물질에 오염된 미군 부지를 누가 어떻게 정화할 것인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미군 측과 건설적인 협의를 지속해 가겠다"는 것이 공식적인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지금껏 미군이 주둔했던 부대 내 오염부지를 미군 스스로가 돈을 들여 정화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 결국 '협의'라는 명분 아래 시간만 끌다가 우리 정부가 정화 비용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환경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전망이다.
인천 지역 환경단체들은 이번에 부평 미군기지에서 검출된 다이옥신을 미군이 매립한 불법 폐기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군이 부대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수십 년간 서서히 오염된 게 아니라, 고엽제처럼 다량의 다이옥신이 함유된 오염 물질을 미군이 일부러 매립했다는 것이다. 미국 폐기물 관련 법에 따라 부평 미군기지 오염물질 모두를 본국(미국)으로 가져가 처리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다이옥신은 물에 녹지 않아 대부분 토양 표토에서 검출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 환경부 발표를 보면 다이옥신이 중간, 하부 토양에서 대부분 검출됐으며 이 같은 결과는 미군이 다이옥신에 오염된 여러 물질을 땅속에 일부러 묻었다는 직접적인 증거라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미군이 수십 년간 주둔했던 곳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된 만큼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당사자인 미군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외쳐야 할만큼의 불공정한 대우를 어떤 나라로부터 어떻게 받았는지, 또 무엇을 그렇게 양보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한 불평등이 뭔지, 왜 자국 우선주의가 필요한지 좀 더 공부하고 싶다면 부평을 포함한 국내 모든 미군기지의 역사부터 배워볼 것을 권한다.
/김명호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