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욕심 많고 즉흥적인데다가 신의까지 없다. 지난 6월 그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느닷없이 선언하자 미국 국민은 '미가입 국가 시리아와 니카라과 수준으로 미국 국격을 추락시킨 대통령이 창피하다'며 아우성쳤다. 게다가 2015년 구미 주요 6개국과 이란이 합의한 이란 핵 문제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난달 13일 언급했다. 불량배 정권인 이란이 미사일을 개발, 배비(配備), 확산시키는 등 테러 지원 국이 됐다는 이유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그 이틀 뒤 '이란 핵 합의는 유지돼야 한다'고 했지만 트럼프는 막무가내였다. 그러자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옹이 그 5일 후 트럼프를 매도했다. '국제협약을 헌 신짝처럼 던져버리는 저속한 대통령, 그의 발언은 쓰레기 같다'고.
트럼프는 이번 아시아 5개국 순방 첫 방문 국으로 일본을 택했고 극진한 환대에다가 찰떡 우의와 동맹을 과시했다. 그럼 그에 대한 일본 국민의 신뢰도는 드높을까.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지난달 중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그에 대한 신뢰도는 겨우 24%였다. 지난해 오바마 신뢰도 78%보다 54%나 낮았다. 그렇다면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한 대통령이 창피했다는 미국 국민의 최근 지지율은 어떨까.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취임 9개월인 그에 대한 여론조사를 지난달 29일부터 나흘간 했고 그가 일본을 방문한 그 5일 발표했다. 결과는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37%에 그쳤고 '지지하지 않는다'가 59%였다. 또한 65%가 '그가 취임 후 성취한 건 거의 없다'고 했다.
그런 그가 북핵 문제엔 강경, 의연하다. 지난달 9일 트위터에 '미국이 25년간 북한에 수십억 달러를 들여가며 교섭했지만 얻은 건 없다'며 강경 대응을 강조했다. 그가 좀 미덥지 않긴 하다. 그러나 한국을 국빈 방문한 미국 대통령이다. 예우와 환대는 지당하다. 그런데도 Dotard(노망난 늙은이)로 매도하고 '미친 트럼프, 전쟁 반대!'를 외치는 시위란 있을 수 없다. 청와대 앞 시위를 허용한 그 집도 무례의 극치다. 예실즉혼(禮失則昏)이라고 했다. 예의를 잃는 건 혼미해지는 증거다. 치매가 된다는 소리다. 모르나?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