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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남문 일대에는 전통시장이 모여 있다. 영동시장과 지동시장, 못골시장이 대표 주자로 꼽힌다. 주말에는 2만명 이상이 찾아 북새통을 이룬다. 농수축산물에 의류, 포목까지 없는 게 없는 만능 시장이다. 지역 명물인 지동시장의 순대는 전국구가 됐다.

얼마 전, 지동시장을 찾았다 깜짝 놀랐다. 푸드트럭 음식을 먹기 위한 줄이 길게는 50m나 됐다. 10여 대로 구성된 푸드트럭은 돼지고기며 소고기구이·볶음, 햄버거, 생과일주스 등을 파는 데, 점포 앞에는 예외 없이 긴 줄이 서 있었다.

처음에는 고전했지만 모 방송국에서 푸드트럭 활성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이곳을 소개한 게 줄서기의 시작이 됐다. 품목을 다양화하고 맛은 높이면서 가격은 낮춘 게 성공 요인이다. 여기에 젊은 점포주들의 끼와 열정이 맛깔나는 양념이다.

영동시장 2층에 있는 '28청춘 청년몰'도 인기몰이 중이라고 한다. 젊은 청춘 28명이 점포를 운영한다. 빵과 파스타, 스테이크, 한식, 분식 등 다양한 먹거리와 네일 아트숍, 공예점, 카페, 사진관 등 다채로운 점포로 구성됐다. 지난 7월 개장 이후 젊은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시장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28청춘몰과 푸드트럭의 성공은 기존의 전통시장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시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매출도 늘어나게 된다. 지동시장 입구 만두 가게는 주말이면 줄이 너무 길어 포기해야 할 정도가 됐다. 종편 프로그램은 밤을 새 기다리다 1착으로 만두를 맛보는 장면을 방영하기도 했다.

대형 쇼핑몰의 편리함과 가격 경쟁력, 선진 마케팅기법은 전통시장을 기죽게 한다. 그래도 전통시장 만의 매력이 있다. 사람 사는 맛이다. 티격태격하는 흥정이 있고, 덤으로 얹어주는 정(情)이 오가는 게 전통시장이다.

며칠 전, 다시 지동시장을 찾았더니 푸드트럭이 줄었고, 줄도 길지 않았다. 다시 겨울이다. 행인은 줄고 추위에 줄 서는 건 고역이다. 푸드트럭은 어찌 시린 겨울을 이겨낼 것인가. 지자체와 시장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해 보인다.

/홍정표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