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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11월 11일을 흔히 '빼빼로 데이'라고 부른다. 한 제과회사가 밸런타인데이 마케팅에 착안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면서 대중화 된 것인데, 이날은 농민들의 자부심을 고취 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기 위해 만든 법정기념일인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농업은 땅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흙 토(土)' 자를 둘로 나누면 10(十)과 1(一)이 되는데 , 1년 중 11이 두 번 겹치는 11월 11일을 농업인의 날로 정한 것이다. 그래서 빼빼로 대신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먹자고 홍보하는 단체들이 많다.

중국에서는 11월 11일을 '광군제(光棍節)'라고 부른다. 광군(光棍)은 배우자나 애인이 없는 독신자(single)를 의미하는데, 혼자임을 상징하는 '1'이라는 숫자가 4개나 겹쳐 있는 날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1993년 난징(南京)대학교에서 시작됐으며, 애인 없는 사람들끼리 만나 서로를 위로하자는 취지에서 파티를 열고 선물을 교환하며 하루를 즐겼던 것이다. 그런데 난징대학교에서 시작된 이런 풍습은 인터넷시대를 맞아 중국 전역의 젊은이들에게 빠르게 전파됐고, 2009년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최대 인터넷쇼핑몰 타오바오가 독신자를 위한 세일을 시작하면서 광군제의 의미가 변하게 된다. 타오바오의 광군제 마케팅이 대박을 터뜨리자 다른 전자상거래 업체들도 속속 동참, 광군제는 완전히 '쇼핑의 날'로 탈바꿈됐고 중국 최대의 소비시즌으로 자리 잡게 됐다.

광군제는 대규모 할인판매로 유명한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 미국·영국 등지의 박싱데이(Boxing Day)와 비교되지만 블랙프라이데이와 박싱데이는 오프라인에서, 광군제는 온라인에서 쇼핑을 한다는 차이가 있다. 보통 50% 이상의 할인으로 주문량이 폭주하고 그 매출이 5분 만에 1조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실제로 2016년 광군제 당일에만 중국 온라인 쇼핑몰들이 1천207억 위안(약 2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를 겨냥해 우리나라 인터넷 면세점은 물론,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이 대 중국 인터넷 마케팅에 사활을 걸었다는 소식이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끝난 데다 대륙의 소비 스케일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럴 만도 한 것같다.

/김선회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