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내버스
인천지역 일부 시내버스에 블랙박스, 내부 CCTV가 설치되지 않아 안전사고 발생시 기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시내버스·광역버스 등에 블랙박스, 내부 CCTV가 설치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임순석기자 sseok@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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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사고 발생 시 원인규명을 할 수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 등을 버스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인천지역 일부 시내버스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부천에 사는 주영미(61·여) 씨의 시어머니는 2년 전 차량이 흔들리면서 버스에서 넘어졌지만 피해보상을 받지 못했다. 당시 버스 내부에 CCTV가 없어 운전자 과실 여부를 밝힐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씨의 시어머니는 결국 자비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주씨는 "급정거 등으로 버스 안에서 승객들이 넘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과실을 따지고, 보상관계를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버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해 인천지역 시내버스 대부분은 CCTV와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시내버스는 이를 설치하지 않거나 고장난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피해는 승객뿐 아니라 버스기사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달 12일 블랙박스가 설치되지 않은 버스를 몰던 운전기사 A씨는 한 승객으로부터 "좌석에 앉아있다가 기둥에 부딪혔으니 보상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어 과실 여부를 파악할 수 없었다. A씨는 승객이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회사에서도 보험처리를 해주지 않자 자비 50만원을 들여 합의했다. 지난달 20일에는 하차 도중 버스가 갑자기 출발해 넘어졌다는 승객의 주장에 기사 B씨가 30만원을 승객에게 지급했다.

이 버스 역시 블랙박스가 설치되지 않았다. 버스 내 안전사고 과실 여부를 판단할 때는 '승객이 안전손잡이를 잡았는가' 등이 중요한데 이를 확인할 수 없어 기사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반대로 실제 기사의 과실로 승객이 다쳤더라도 목격자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지 않는 이상 피해를 입증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석희원 전국공공운수노조 인천버스지부장은 "교통사고와 버스 내부 안전사고가 발생해 승객들이 문제를 제기할 때 CCTV·블랙박스가 없어 기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승객과 기사들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는 과실을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CCTV·블랙박스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버스에 고장 난 CCTV를 방치하는 인천의 한 버스회사 관계자는 "재정적인 문제와 기계수급 문제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지만, CCTV 등을 설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