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지자체장들이 앞다퉈가며 무상급식을 주장하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상급식을 백안시했던 보수 정치인들조차 전면 무상급식을 말한다.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무상급식을 시대정신으로 만든 운동가 중 한 사람으로서 조언하자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진정성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인 대안을 내 놓으라고 말하고 싶다. 인천이 무상급식에서 전국 꼴찌 수준이었다는 지난 시기의 평가에 조금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말이다.
광역지자체로는 최초로 강원도가 내년부터 초, 중, 고 전체에 친환경 무상급식 실시를 선언했다.
인천에서 고교 무상급식을 실현하려면 2018년 현재 730억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425억원 정도로 추정하는데, 인건비 등을 뺀 추산으로 아전인수식 예측이다. 730억원에 대한 분담비율도 정해야 한다. 현재 중학교 분담비율로 하면, 교육청이 427억(58.53%), 인천시가 173억(23.7%), 군/구가 130억(17.77%)원 정도 부담하면 된다. 그러나 필자는 향후, 인천시의 분담비율을 교육청 수준만큼 높일 것을 제안한다. 재정여건과 기관의 책무성 등을 감안한 판단이다.
'밥이 하늘'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 아래, 하늘같은 밥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의미다. 만인이 평등하듯 무상급식은 진즉부터 당연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이 무상교육까지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말이다. 급식은 그 자체로 소중한 잠재적 교육과정이다. 어른들도 중대사를 밥 먹으며 풀어간다. 조만간 시청과 교육청이 '밥을 먹으며' 고교 무상급식을 협의할지 모른다. 이렇게 밥을 같이 먹으며 평등하게 소통하는 능력은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미래핵심역량이다.
고교 무상급식의 실현은 의무급식의 시대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친환경 급식의 과제를 제시해 준다. 문재인 정부가 학교에 품질 좋은 먹거리 공급을 약속하기 이전에, 친환경 급식은 이미 오래된 인천시민의 요구였다. 최근의 살충제 계란 파동은 그 필요성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친환경 식재료 공급은 친환경 급식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은 아직 친환경 식재료 공급 시스템 구축조차 되어 있지 않다. 2011년에 이미 친환경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로 그 근거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의 의지가 없었다. 인천시교육청, 인천시, 군·구, 인천시민이 다시 한 번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한다. 고교무상급식 예산 분담비율 문제도 정치적 타산이 아니라 오직 아이들의 행복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교육은 곧 복지다. 보편적 교육복지는 시대의 요구다. 초, 중학교에 이은 고교 무상급식, 그리고 친환경 급식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밥을 '하늘답게' 대하는 것이다.
/도성훈 인천 동암중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