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용지 앞뒷면 빽빽이 채운 글씨
격려에 대한 고마움·당부등 담아
등굣길 편지 모든 학생 함께 읽어
"기대하지 않았는데… 깜짝 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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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과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나눈 교감이 쌀쌀해져 가는 날씨에 훈훈함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8시 30분께 인천 계양구 인천효성남초등학교 인근 버스정류장에 588번 시내버스가 멈췄다. 등굣길 효성남초등학교의 한 학생이 내리려는데 버스 운전기사가 학생에게 '효성남초 학생이냐'고 물으며 작게 접은 A4용지 한 장을 건넸다. A4용지 앞뒷면이 빽빽한 손글씨로 채워진 편지였다.

효성남초 학생 600여 명이 지난달 말 인천 시내버스 기사들에게 "안전 운전해주셔서 고맙다"고 보낸 격려 편지(11월 1일자 23면 보도)를 읽은 588번 기사 아저씨의 답장이었다. 누군지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아저씨는 "효성남초 친구들아! 내가, 58년을 살아오면서 이런 감동적인 편지를 받아보지 못했어. 군대에서도(해병대)"라고 시작한다. 그는 회사의 방침에 따라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태우라는 교육을 받고 이를 준수하려고 노력하는데, "우리 친구들이" 응원을 해줘서 고맙고 힘이 난다고 했다.

아이들이 정성스레 쓴 손편지가 '귀신 잡는 해병대' 출신 강인한 버스 기사 아저씨의 마음을 녹였다. 아저씨는 "우리 친구들 편지를 접하고 아저씨가 반성하고, 쪽팔리게 눈물도 흘렸단다"며 감동을 전했다.

답장 속에는 안전운전 하겠다는 다짐, 자신의 두 자녀 이야기, '부모에게 효도하고 스승에게 예를 다하라'는 당부가 담겼다. 효성남초 학생이 받은 답장은 담임 선생님을 거쳐 학생들의 편지쓰기를 제안한 김화정 선생님에게 전달됐다.

김화정 교사는 "학생이 답장을 받을 거라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깜짝 놀랐다"며 "전교생이 버스 기사분의 답장을 읽었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효성남초 학생들이 시내버스 기사들에게 편지를 쓴 계기는 인천시가 운영 중인 '해피버스(BUS)데이' 프로젝트의 홍보 동영상이다.

"화장실 갈 시간도 부족하다"는 버스 기사들의 고충을 담은 동영상이 학생들 마음을 움직였다. 해피버스데이 프로젝트는 버스 내 설치된 '응원시스템'에서 버스 기사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메시지가 하차 벨과 함께 흘러나오도록 하는 안전운전 캠페인이다.

현재 6개 노선의 버스 12대에 '응원시스템'이 설치됐는데, 효성남초를 지나는 노선엔 아직 없다. 인천시는 내년부터 해피버스데이 프로젝트를 확대 운영할 방침이다.

박혜란 인천시 브랜드담당관은 "효성남초 학생들과 588번 버스 기사처럼 실제로 감사한 마음을 주고받는 일이 인천 시내버스 안에서 더 많이 일어났으면 한다"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