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건국대교수'
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겸임교수
박근혜 전 정부의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사건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에도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가 금일봉, 회식비, 여행비 등으로 개인 '쌈짓돈'인 냥 사용되고 있다는 비난이 많았다. 특수활동비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활동, 기밀유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수사 등을 위해 편성되는 예산항목이다. 문제가 있다면 제도를 개선하든가 보다 강력한 통제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비밀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예산은 기밀에 속하기 때문에 특수활동비 단일항목으로 편성한다. 여기에는 비밀정보활동과 직접 관련된 예산도 있지만 단순한 인건비나 청사관리비 등이 다 포함되어 있다. 그것도 나머지 부분은 예비비로 편성하여 전체 규모를 알 수 없도록 은닉하고 있다. 이는 세계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다. 정보기관의 예산규모가 알려지면 조직·인력과 같은 정보역량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현재 국가정보활동과 관련된 모든 예산은 다른 정부예산과 달리 매년 국정원에서 자체 감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비공개로 심의하도록 되어 있다.

문제는 이런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있다. 우선 국정원의 자체 감사는 지금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 그나마 정보위원들에 의한 예결산 심사의 경우도 한계가 있다. 전문성이 부족한 의원들이 짧은 기간 내에 보좌진 도움도 없이 복잡한 항목을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경우 정보기관의 합법적 활동은 보장하되 일탈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다양한 통제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보위원회는 전문성 및 보안성 결여 등으로 인해 형식적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정보위원의 연임규정을 마련하고 선임절차 및 비밀준수 의무를 강화하되, 정보기관 예산에 대한 실질적 감시권한을 부여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정보기관 내에 지금보다 독립적 지위의 감사기구를 운영하거나,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예산의 불법행위에 대한 구성원들의 내부고발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별도의 창구를 두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채성준 건국대 국가정보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