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세우는 제도 개혁돼야 하지만
수능 통해 대학에서 학습 가능성
제대로 평가 받는 것은 필요
어떠한 수시전형에서도
최소한의 수능성적 반영 있어야

수시 전형은 수능 일변도의 학생 모집 방식이 아니라, 대학이 자율적으로 모집 체계를 강화할 수 있고, 일회적인 시험 결과가 아닌 장기간의 고교 생활이 녹아든 학생부 반영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 입장에서도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부여된다는 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수시의 경우 기본적으로 획득해야 하는 수능 점수를 정해 놓은 전형도 있지만 수능 성적을 아예 반영하지 않는 '수능최저 없는 전형'이 늘어나면서, 수능 시험에 대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입시전문기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수능 점수와 무관하게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경우가 정원의 10% 내외이며, 이는 앞으로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수능 본래의 취지와 어긋나고 나아가 고등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본래 수학능력시험은 말 그대로 '대학에서 학습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집행·감독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수능의 목적을 "대학 교육에 필요한 수학 능력 측정으로 선발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며,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는 출제로 고등학교 교육 정상화에 기여한다"로 규정해 놓고 있다.
즉, 수능시험이란 대학의 교육 과정, 교과 과정을 얼마나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능력을 가늠하는 시험이다. 당연히 대학의 입장에서는 신입생들의 수학 능력 수준을 고려하여 가장 최적화된 교육 과정을 설계하고, 그들이 학문적인 성취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게 된다. 그런데 수학능력의 객관화된 지표들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게 됨은 물론이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전문인 양성도 어려워질 것이다.
또한 수능이 필요 없는 전형이 늘어날수록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게 되어, '대학에서의 학습을 준비하는 능력'을 키우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결국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대학이라는 문을 통과하기 위한 임시적 방편 마련에 몰두할 수밖에 없을 것이 다. 특히 융합적 인재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현재와 같이 특정 분야의 장점만을 취하는 전형 방식은 미래지향적이라고 볼 수 없다. 물론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기준들은 특성화되고 차별화된 인재를 찾는 최선의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현실을 바라볼 때, 수시 전형 기준의 형평성이나 효율성은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례로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고교 입학 전부터 자기소개서 작성이나 스펙 쌓기를 위해 입시전문 컨설팅 학원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우리 사회의 인재는 다양한 개성과 적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인재들을 일괄적인 시험으로 평가하고 줄을 세우는 획일적 시험제도의 개혁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그렇지만 수능을 통해 대학에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고교 공교육 정상화라는 구호가 실현되기 위해 지난 12년간 공교육을 받아온 대입 수험생들이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도록 어떠한 수시 전형에서도 최소한의 수능성적 반영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바로 수능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