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출판 기념회를 통해 세상에 이름을 알린 이 책은 "옛사람들의 생각과 이야기, 그들이 거닐었던 거리와 살았던 집들은 지금 우리에게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됐다.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에게 100년 전 건축물은 몇 채 남아있지 않다. 그 이전의 문화재들은 다양한 노력과 방법으로 보존되고 있지만, 근대의 유산들은 기억 저편으로 묻히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 인천이라는 공간의 특성이 더해졌다.
한반도에서 인천만큼 시간과 공간의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도시는 드물다. 근대 이후만 놓고 본다면, 1883년 제물포 개항과 함께 한적하던 어촌에 외국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에 항만이 건설되고 군사기지가 조성됐다. 철도가 놓였다. 21세기 들어선 국제공항이 건설되고, 경제자유구역에는 UN 기구들이 둥지를 틀었다. 100여년 전 외세에 의해 강제적 국제도시화를 겪은 인천이 자발적으로 국제화에 나서고 있으며, 그에 발맞춰 신도시를 중심으로 거대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있다.
건축가 승효상은 건축과 우리 삶의 관계를 가장 명확하게 표현한 말로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We shape our building, thereafter they shape us)"를 꼽는다. 윈스턴 처칠이 1943년 10월 폭격으로 폐허가 된 영국 의회의사당을 다시 지을 것을 약속하면서 한 연설의 일부분이다.
2015년 말 기자와 함께 5명의 취재팀이 꾸려졌다. 취재팀은 이듬해 벽두부터 인천지역의 근대 건축물과 고택의 문을 열고 들어가 그 공간과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 옛집에 들어선 기자들은 해당 건축물에 스민 인간의 삶의 흔적을 좇았다. 시간과 공간의 변화가 가장 급격했던 인천의 모습을 지켜봤을 건축물과 그곳을 거친 시민의 삶을 들여다본 것이다.
기획을 마치고 책을 펴내면서 이 글 서두에서 밝힌 물음에 대한 해답은 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놔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시대를 증언한 건축물에 대한 가치는 관심을 두고 다가설수록 더욱 높아짐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행정가와 학자는 물론 시민들이 우리 지역의 옛 건축물들을 통해 인천을 들여다보는 색다른 경험을 자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