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학부모 "계획 엉망"
교사들 "일주일간 교실혼란"
전국 85개 보관소 警 4명씩
고양시 마두동에 사는 이모(18·여)양은 시험을 하루 앞둔 15일 오후, 수능 시험이 일주일 연기된다는 발표를 접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양은 "수능일에 맞춰 공부 스케줄을 모두 맞춰놨는데 일주일 연기가 되면서 계획이 모두 엉망이 돼 버렸다"며 "수능 끝난 뒤 치를 논술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학원 예약도 모두 해놓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수원시 권선동에 사는 삼수생 박모(20)씨도 "예정대로 치러질 것이라고 발표했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갑자기 번복해 당황스럽다"며 "상대평가인 수능인 만큼 날짜가 미뤄지게 되면 분명 점수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다. 대입 결과까지 줄줄이 영향을 미치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의정부의 한 고등학교 담임 김모(44)씨는 "수능 일정에 맞춰 적절하게 수업을 진행해 온 상황에서 남은 일주일 동안 수업을 하지 않고 단순히 자습만 시켜야 하는 것이냐"며 "학교마다 어떻게 수업에 나설지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험생 학부모인 전모(48·여)씨는 "아이가 대학별 고사를 준비하는 시기마저 줄어들까봐 우려된다"며 "대학별로 시험 일정도 맞춰서 준비해 왔는데 어떻게 진행될지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각 지역에 보관된 수능시험 문제지 보안에도 비상이 걸렸다. 애초 일정대로라면 시험 당일인 16일 새벽 각 학교 고사장별로 관할 교육청에서 문제지를 받아와야 하지만, 시험 연기로 일주일이 뜨는 바람에 문제지를 보관장소에서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경찰은 전국 85개 보관소마다 2교대로 하루에 경찰관 4명씩을 배치, 교육청 관계자와 합동으로 경비를 담당하기로 했다. 문제지 유출 시도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기동대와 형사 등 인력은 긴급 출동태세를 유지한다. 보관소 관할 지구대·파출소는 2시간마다 1차례 보관소 주변을 순찰하며 의심스러운 동향이 있는지 살핀다.
경찰 관계자는 "시험 일정이 일주일 연기된 만큼 예년 수능 당일과 같은 수준의 대비태세를 일주일간 더 유지한다는 뜻"이라며 "문제지 보안에 문제가 없도록 경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능 당일에는 문제지 보관소를 비롯해 시험장, 채점본부 등 3천802곳에 인력과 차량을 대거 투입해 시험장 외곽과 문제지 호송·회송 상황 경비, 수험생 태워주기 등 지원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경기도재난안전본부는 예정됐던 수능일자가 변경됨에 따라 본래 계획했던 수험생 안내를 취소했다. 대신 지진에 대비해 적극 대응 태세를 갖춘다는 입장이다.
/박연신기자 julie@kyeongin.com